월성 원전 재가동

국민 안전을 다수결로… 새벽 1시 쫓기듯 “원전 연장” 날치기

김형규·유희곤 기자

원안위 27일 새벽 무슨 일이

안전성 질의에 “공부하냐” 면박… ‘주민 의견 심의 포함’ 주장도 묵살

“이게 지금 뭐하는 짓입니까”, “다른 위원들을 폄하하지 마십시오”, “자제하세요.”

15시간 마라톤 회의의 끝은 아수라장이었다. 26일 오전 10시부터 ‘월성 1호기 계속운전 허가안’을 심의한 원자력안전위원회 전체회의는 27일 새벽 1시까지 이어졌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야당 추천 위원들은 무리한 회의 진행에 항의하며 퇴장했다. 원안위 이은철 위원장은 기다렸다는 듯 심야에 기습 표결을 강행했고 원전 수명 연장을 결정했다.

<b>어른들은 ‘싸움’</b> 27일 새벽 1시10분쯤 서울 세종로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방청객들이 월성 1호기 계속운전 표결 강행에 항의하자 원안위 관계자들이 이를 제지하며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어른들은 ‘싸움’ 27일 새벽 1시10분쯤 서울 세종로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방청객들이 월성 1호기 계속운전 표결 강행에 항의하자 원안위 관계자들이 이를 제지하며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b>아이는 ‘걱정’</b> 27일 서울 세종로 원자력안전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월성 1호기 수명연장 결정 무효를 촉구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아이는 ‘걱정’ 27일 서울 세종로 원자력안전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월성 1호기 수명연장 결정 무효를 촉구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월성 1호기는 국내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원전이다. 특히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한국에서 처음으로 노후 원전의 재가동 여부를 결정짓는 자리였다. 그렇기에 더욱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투명하고 차분한 논의가 필요했다. 국민과 해당 주민의 공감대는 더더욱 중요했다. 하지만 결과는 ‘날치기 통과’나 다름없었다. 합의제 기구라는 원안위 성격도 무색한 지경이었다.

회의는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월성 1호기 인근 주민들과 환경운동연합 등은 자격 논란이 불거진 조성경 원안위원에게 심사에서 빠질 것을 요구했다. 이 위원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민사회가 회의 공개를 요구했지만, 방청은 오후 1시가 넘어서야 제한적으로 허용됐다.

원자로 격납용기의 최신 안전기준 ‘R-7’ 적용 문제는 마지막까지 쟁점이었으나, 합의된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김익중 위원은 “월성 2·3·4호기에 적용된 R-7이 월성 1호기엔 적용되지 않았다”며 거듭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원안위 산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검증단은 답변보다는 “대체로 R-7을 참조했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이 위원장은 안전성 문제를 집중 질의하는 위원들에게 “여기서 자꾸 공부를 하려고 하면 곤란하다”고 면박을 줬고, “KINS가 설명을 충분히 했는데도 안 했다고 하면 언짢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최재붕 위원은 “(안전성 문제는) KINS가 평가하는 것이고 원안위는 그것이 맞는지 판단하는 것”이라며 “근본적으로 의심하면 진행이 안된다”고 말했다. ‘거수기’ 역할을 고백한 셈이다.

지난해 개정된 원자력안전법 취지를 반영해 공청회 개최 등 주민 의견 수렴 여부를 심의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묵살됐다. 자정이 가까워지면서 일부 위원들은 표결 강행을 요구했다. 임창생 위원은 “최근 한 일간지는 원안위가 결정을 장기간 미루는 것을 지적하면서 ‘생산하지 못하는 불임 기관’이라고 사설로 썼다”며 “빨리 끝내고 집에 가서 자자”고 말했다.

새벽 1시쯤 김혜정 위원은 “충분한 심의가 안됐고 법적 흠결요건이 있다”고 했고, 김익중 위원은 “왜 이리 무리하게 하는지 모르겠다”며 표결을 거부하고 퇴장했다.

이 위원장은 “인식의 차이 같다”고 유감을 표명한 뒤 거수 표결을 실시, 의결을 선포했다. 시계는 새벽 1시1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후 서둘러 자리를 피하려는 이 위원장을 촬영하던 한 사진기자와 원안위 직원이 거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 과정을 쭉 지켜본 한 관계자는 “국회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추한) 것을 다 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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