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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흡연자는 피해, 흡연자는 눈치…흡연부스 설치해야

송고시간2014-08-08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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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터미널 등 주변 '낯익은 풍경'…현행으론 불법 시설물정부·지자체 설치 필요성 인정…법·조례 개정엔 '미적지근'

수원역 금연구역 내 흡연자들
수원역 금연구역 내 흡연자들

(수원=연합뉴스) 류수현 기자 = 7일 오후 경기도 팔달구 매산로 수원역 대합실 옆 통로(금연구역)에서 흡연자들이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다. 수원시 조례에는 야외 흡연실(흡연부스)이 불법 건축물로 규정돼 있어 수원민자역사는 흡연부스를 설치하지 못하고 있다.2014.7.8
you@yna.co.kr

(수원=연합뉴스) 최해민 기자 = 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 수원역 2층 대합실 옆 통로.

20대로 보이는 젊은 남녀가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다.

한쪽 벽에는 '금연구역'이라는 문구와 함께 '흡연 시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는 현수막이 붙어 있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는 듯했다.

통로에서 담배 피우는 흡연자가 많아지면서 이곳을 주로 지나는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집단 민원도 잇따르고 있다.

수원민자역사 관계자는 "금연구역 확대에 따라 흡연부스를 설치하려고 해도 수원시 조례에는 '불법'으로 규정돼 있어 만들지 못하고 있다"며 "비흡연자들의 불편과 인근 주민 민원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시로 금연장소 안내방송을 하는 게 전부"라고 속사정을 털어놨다.

'불법' 흡연을 방지하고 비흡연자들에겐 담배연기 맡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건축법상 불법인 야외흡연실(흡연부스)을 합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법령 정비를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기는 정부와 조례 개정에 소극적인 지자체 탓에 합법화는 요원한 상황이다.

8일 국토교통부와 일선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현행 건축법 시행령은 가설건축물 종류로 공사장용 가설물, 전시를 위한 견본주택, 농·어업용 온실 등 14가지를 명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흡연부스는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터미널이나 역사, 다중이용시설 등에 설치된 흡연부스는 대부분 불법건축물로 분류된다.

흡연부스 합법화에 대한 당위성을 인정한 정부는 지난해 법령을 정비, 흡연부스를 양성화하기로 했다.

합법화하려면 국토부가 건축법 시행령을 고치거나 지자체가 건축 조례를 개정해 흡연부스를 가설건축물 범주에 추가하면 된다.

그러나 정부는 직접 시행령을 개정하는 대신 지난해 8월 '금년(지난해) 내 조례를 개정하라'고 지자체에 통보, 법령 정비를 떠넘겼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국토부가 시행령을 고치면 될 것을 전국 수백여 개 지자체에 조례를 일일이 개정하라는 것은 행정력 낭비이자 업무 떠넘기기"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조례를 개정하는 것이 시행령을 개정하는 것보다 흡연부스를 좀 더 신속히 합법화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그마저도 일선 지자체가 조례를 개정하라는 국토부 조치에 소극적이어서 흡연부스 합법화에 걸림돌이 된 것은 마찬가지다.

수원시의 경우 수원민자역사 내 흡연부스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는 있지만 아직 조례를 개정하지 않고 있다.

시는 국토부가 통보한 조례 개정 시기보다 4개월 늦은 올 4월 관계 전문가들을 불러 회의를 열어 의견을 수렴했다.

회의에서는 '합법화할 경우 흡연부스가 (창고 등) 다른 용도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수원시 관계자는 "의견수렴 절차를 거친 뒤 조례 개정 작업에 들어가야 하는데 아직 작업에 착수하지 못했다"며 "흡연부스 합법화에 당위성을 인정하는 만큼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전문가 의견은 참고만 하고 조례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goal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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