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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엄마가 보내 주는 선물 꾸러미'라는 뜻의 맘스패키지(momspackage.com)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곰아저씨라고 합니다. 선물, 남에게는 종종 받아 보셨겠지만 자신에게 줘본 적 있으신가요?

맘스패키지는 '행복한 나눔'이라는 캠페인으로 시작해 현재 온오프라인에서 400분의 가족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신청자에 한해 월 1만원의 회비를 내면 매 달 한 번씩, 4-5가지의 독특한 선물을 한 꾸러미에 담아 보내드리고 있는데요. 모두 사연이 있는, 평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물건들이 담겨져 있지요.

[맘스패키지가 사는 법①] 대량구매로, 남는 이익은 소비자에게

ⓒ 황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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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에는 '가장 빛나는 색'이라는 주제로, 장미 5600송이가 들어가 있는 장미수, 신안도에서 직접 가져온 토판염, 당뇨병 등 성인병을 위해 개발된 당조고추, 그리고 여름에 어울리는 허브차와 미니 난초를 보내드렸습니다. 엄마가 보내주는 꾸러미를 받는 느낌으로 제품들 하나 하나 손으로 재포장하고 수기로 사연을 적어 보내드렸어요.

요즘 만원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 뭐 있나요. 마트에서 아이들 과자 몇 개랑 우유 하나 사면 끝이지요. 그런 돈 만원을 자신을 위해 써보는 건 어떨까. 시작은 이처럼 단순했습니다. 그러나 각각의 제품들의 합이 사실 소비자가로 만원이 훨씬 넘기에 어떻게 이런 방식의 운영이 가능한가 여쭈어 보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사실 이런 복잡한 이야기는 관심을 가지신 분들에게만 들려 드리곤 했어요. 선물을 즐기는데 '무거운 이야기'까지 덤으로 드리고 싶지 않아서요. 맘스패키지 운영이 가능한 것은, '두가지 종류의 소비자 환원'에 있습니다. '대량구매로 생긴 수익의 환원' 그리고 '홍보 이익의 소비자 환원'입니다.

대량구매로 발생한 구매력은 사실 일정 부분 소비자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기업은 대량구매, 생산을 해서 생긴 이익을 소비자에게 환원하지 않고 광고비, CF모델, 자사 주주 등에 더 많이 분배하지요. 당연히 그들의 입장에서는 사업 실패에 따른 리스크를 감수하고 투자 자금을 들인 이상 모든 수익은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 이들의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일부 잉여 수익이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맘스패키지는 사람이 모이면 모일수록 가격이 인하되는 구매력을 캠페인 참여자들이 느낄 수 있는 구조입니다. 물론 이 수량이 대기업들에 비하면 큰 차이가 나는 것이 사실이지만, 적어도 소비자 한 명이 구매하는 것 보다는 그 힘이 더 크겠지요.

[맘스패키지가 사는 법②] 홍보 이익도 소비자에게 환원

ⓒ 황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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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키워드인 홍보 이익의 환원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사실 이런 캠페인은 맘스패키지에 협조해주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그다지 매력적인 일이 아닙니다. 맘스패키지는 한 번 꾸러미에 넣었던 물건은 다시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즉 매달 매달 주제가 바뀌고 물건이 바뀌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저희와 제조사와의 이익 공유는 거의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지속적인 판매처로 보기 힘들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취지를 이해해 주시고 때에 따라서는 원가 이하로 제품을 제공해 주시는 이유는 저는 맘스패키지 가족 중 80%가 구매력이 강한 2030 여성들, 그 중에서도 파워블로거와 블로거들을 주축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이유에서 일 것입니다.

제품을 제공해주실 경우 영향력 강한 파워 블로거의 포스팅으로 노출되는 횟수만 평균 10회 이상입니다. 협찬 광고비로 따져도 효과가 있지만 가장 좋은 것은 저희가 공짜로 제공한다고 해도 원칙에 맞지 않는 제품은 올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물론 기업 입장에서의 판단 요소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가 발생하게 된 것도 맘스패키지에 많은 분들이 모여 주셨기 때문입니다. 기업에 '홍보 효과를 이용해 주십시요!'라고 당당하게 말씀드립니다. 그만큼 좋은 기업들이 좋은 제품을 제공해주실 테고 저희는 그 이익을 그대로 소비자에게 돌려드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종류 이익 역시 맘스패키지 참여자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원의 기적을 바라는 비상업적 캠페인

비상업적인 캠페인을 하는데 가장 힘든 것은 아마 '돈' 문제일 것입니다. 어떤 단체의 스태프들도 생활이 있는 사람이니깐요. 캠페인 시작 초기에도 밝혔듯이 저에게도 본업이 있습니다. 기업들을 위해 온라인 전반의 마케팅, 홍보를 담당하는 컨설턴트입니다. 사실 제법 인정도 받고 있고 벌이도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마케터는 영혼을 파는 직업이라고도 하지요. 일을 할 때 저는 '소비자'의 편이 아니라 '기업'의 편입니다. 나쁜 일을 하는 건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기업에 유리하게 일을 만들어야죠. 사실 소비자가 마냥 선한 존재이고 기업이 마냥 나쁜 존재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일을 하다 보니 저 역시 공급보다 소비가 많은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아쉬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소비자나 시민을 위한 캠페인에 전문 마케터 분들이 함께 하는 경우는 드물지요. 아무래도 둘의 시선엔 차이에 있을 테니깐요. 그런데 전 재주 있는 마케터가 그 지식을 거꾸로 소비자 편에서 풀어낼 수 있다면 어떨까를 생각해봤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일종의 '가벼운 반역극'이 맘스패키지입니다.

저 역시 젊으니까 앞으로도 다양한 일을 하겠고 일인 이상 상업적인 일들인 것은 당연하겠지만 맘스패키지 자체는 비상업적인 캠페인으로 유지할 것입니다. 가능하다면 영구적으로 하고 싶고요. 현재는 아직 구매력이 높지 않고 구매 수량를 예상할 수 없어서 약간씩 원가를 초과하고 있습니다. 인건비는 현재 아예 계산에 없고요.

제 개인적으로 자본금을 넣어 둬서 캠페인 초기의 스태프들의 기본적인 경제적 여건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만약 제가 하지 않더라도 누군가는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스태프 유지비 정도만 남는 범위에서 맘스패키지를 이어가서 많은 사람들이 모일수록 더 가치 있어지는 '만원의 기적'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믿을 수 있는 기업, 믿을 수 있는 판매자의 세상

맘스패키지는 양심적인 가치, 인본주의적인 시각만으로 시작한 고지식한 캠페인만이 아닙니다. 저는 성인군자나 철학자가 아니니깐요. 그저 재미있을 것 같아서 운영하는 사람이나 참여하는 사람 모두 행복할 것 같아서 시작한 일입니다.

그리고 이 캠페인이 재미나 실용성에서 만원의 가치도 없다면 아무리 그 뜻이 좋아도 참여할 필요는 없다고 말합니다. 맘스패키지의 4가지 가치 중에는 즐거움, 의외성, 휴머니즘이 있지만 실용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큰 이유도 그렇고요.

자신에게 주는 선물도 즐겁지만 맘스패키지를 통해 1년이면 50여가지 이상의 새로운 이야기를 알게 되고 체험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반대로 그런 좋은 제품을 찾아서 세상에 알리는 즐거움은 제 몫일까요?

이런 말이 있죠. 적이면 무서운 사람이 내 편이 되면 얼마나 더 든든할까? 마찬가지로 믿을 수 있는 기업이 있다면,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판매자가 가득하다면 세상이 얼마나 행복할까요? 전 그런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거기에 맘스패키지가 조약돌 하나 보태겠습니다.


태그:#맘스패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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