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 언급하며 노조 양보 전제 '9B' 배정 제안
부평공장 10분의 1 물량 … "단호하게 대응해야"
글로벌GM이 한국지엠 부도 가능성을 언급하며 정부와 노조를 압박하는 가운데 신차 추가 생산을 회유책으로 제시했지만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 공분만 사고 있다.

인천 부평공장 생산이 논의 중인 '트랙스 후속 차량'을 신차로 볼 수 있느냐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새 모델 물량마저 부평공장 생산 능력에 10분의 1에 그치기 때문이다.

28일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베리 엥글 GM 사장은 지난 26일 노조와 가진 비공개 면담에서 새로운 신차 '9B' 연간 5만대 배정을 제안했다. '노조 양보'를 전제로 한다는 말도 수차례 강조했다. 최근 한국지엠이 인천시와 경남도에 제출한 '외국인투자지역(외투지역) 지정 신청서'에는 담겨 있지 않던 내용이다. 신청서에는 '부평공장 트랙스 후속 모델, 창원공장 크로스오버유틸리티(다목적차량·CUV) 신차 배정'만 적혀 있었다.

베리 엥글 사장은 이 면담 자리에서 "4월20일까지 노조, 정부 등 이해 관계자가 동참하지 않으면 부도신청을 할 거다. 희망퇴직 위로금, 업체 등에 지출할 6000억원도 어렵다"고 노조를 채찍질하면서 '당근'으로는 신규 물량 5만대를 들고 나온 것이다.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GM이 연간 50만대 생산시설인 부평공장에 트랙스 후속 모델 연 22만대에 더해 '9B' 5만대를 배정해도 30만대가 안 된다. 더군다나 트랙스 후속은 엄밀히 신차가 아니라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추가된 5만대는 임단협을 포기하기엔 너무 치우친 조건이라는 설명이다.

노조 관계자는 "트랙스 후속은 한국지엠 노사가 2016년 임단협에서 이미 부평공장 생산을 합의했던 차량"이라며 "창원공장 신차는 차종이 CUV라는 것 말고는 아직 알려진 게 거의 없는 실정에 또다시 정체도 모르는 '9B'를 들고 오니 당연히 수긍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런 사태 속에서 인천 시민사회단체들은 28일 GM 경영 감시를 요구하며 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날 시민사회단체 40여곳 참여한 '한국지엠 30만 노동자 일자리 지키기 대책위원회'는 "GM은 현재 진행 중인 경영 실사에서도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현장 노동자들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다"며 "정부와 인천시는 GM '벼랑 끝 전술'에 단호한 대응으로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