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安에 결별 통보한 文… 경제·노동개혁은 물 건너가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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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어제 안철수 의원이 제안한 ‘혁신 전당대회’를 거부하고 “좌고우면하지 않고 총선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전당대회를 열 시간이 없다, 총선을 앞에 두고 당권 경쟁만 할 수 없다 등의 이유를 열거했지만 ‘내가 총선을 이끌 테니 싫은 사람은 나가라’는 최후통첩이다. 문 대표는 “당을 흔들고 해치는 일들은 그냥 넘기지 않겠다”며 안 의원을 비롯한 비노(비노무현) 세력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리더십 위기에 처할 때마다 문제를 풀기보다 예상 밖의 카드로 국면을 전환시켰던 문 대표가 이번엔 비노 비주류를 상대로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2월 8일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문 대표는 4·28 재·보선에서 참패해 사퇴 압력이 거세지자 ‘김상곤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패장이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되레 책임을 묻겠다고 나선 꼴이다. 그래도 사퇴 압력이 수그러들지 않자 9월엔 재신임 투표를 들고 나왔다. 당황해 물러섰던 비주류가 10·29 재·보선 참패 이후 다시 문 대표의 책임을 묻자 그는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지도체제’라는 새 카드를 빼들었다. 안 의원이 이를 거부하고 역으로 혁신 전당대회를 제의하자 문 대표는 마침내 ‘문재인식 긴급조치’를 선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 의원은 어제 “문 대표 주위에서 대표의 눈과 귀를 막고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친문(친문재인)과 그 원조인 친노(친노무현) 세력을 혁신 대상으로 지목했다. 친노 주류는 정기국회가 끝난 뒤 ‘현역 의원 20% 컷오프’ 혁신안을 무기로 비노 비주류 진영 제압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면 호남과 수도권 비주류 의원 10여 명이 연내에 탈당할 수도 있다고 한다. 안 의원은 탈당한 박주선 의원과의 2일 회동에서 신당 참여를 제의받고 “깊이 고민해 보겠다”고 했다.

친노의 공세와 비노 비주류 호남 의원들의 선택에 따라서는 새정치연합의 당내 갈등이 내홍 수준을 넘어 내전으로 격화돼 야권 재편을 앞당길지도 모른다. 문 대표는 “국민은 우리 당의 상황에 진절머리를 내고 있다”면서 “이제 이 지긋지긋한 상황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지만 국민의 눈에는 문 대표와 친노-비노의 갈등이 더 지긋지긋하다.

예산안 정국에서 제1야당으로서 민생을 챙기지 않는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예산안 정국이 끝나자마자 또다시 대립과 반목 속에 빠져드는 모습은 더 실망스럽다. 당내 투쟁이 격화되면 정부가 하는 일마다 더욱 강성으로 대응해 여야가 합의한 노동개혁과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 처리가 무산되지 않을지 걱정이다. 10대 기업이 모두 방어경영에 나설 만큼 경제에 먹구름이 몰려오는 상황이다. 나라 경제를 아랑곳하지 않는 야당의 내전 때문에 나라가 흔들릴까 우려스럽다.
#문재인#안철수#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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