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자 잇달아 비보 … "쫓기듯 나가며 상실·우울감 시달려"
희망퇴직을 신청했던 한국지엠 노동자가 또 숨진 채 발견됐다.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결정 이후 희망퇴직 지원자들이 목숨을 끊는 일은 최근 한 달 새 3차례나 이어지고 있다. 이번을 포함해 부평공장 출신이 2명이라 인천 노동계에서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8일 인천 논현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4시5분쯤 남동구 승기천 주변 도로에서 A(55)씨가 주차된 자신의 차에서 숨져 있는 것을 순찰 중이던 경찰이 발견했다.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31년 동안 일한 A씨는 지난 2월 희망퇴직 신청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가족들이 실종신고를 낸 2월16일 이후 줄곧 발견되지 않다가 차가운 시신으로 돌아왔다. 경찰은 타살 흔적이 없는 점으로 미뤄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보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고 있다. 그가 숨져 있던 차량에서 유서가 발견됐으나 유족 뜻에 따라 내용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국지엠 노동자는 지난달 7일 부평공장 50대 노동자, 같은 달 25일 군산공장 40대 노동자에 이어 A씨가 세 번째다. 모두 희망퇴직을 신청한 이들이다.

희망퇴직 신청자들은 심리적으로 위기에 몰려있다. 부평공장 희망퇴직 신청자 중 한 명인 B씨는 "인생 절반 이상을 함께한 회사에서 쫓겨나듯 나가면서 '억대 위로금을 받는 귀족 노동자'라는 비난까지 받아 다들 힘들어한다"며 "다가올 노년에 대한 불안감에 더해 회사와 함께 정년까지 일하고 싶었던 우리 마음을 몰라 줘 아쉬움이 크게 자리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지엠 군산·창원·보령·부평 등 4개 공장 희망퇴직자 2500여명 가운데 부평공장 직원은 총 1000여명이다. 1986년 입사자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부평공장 인력들은 상당수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어 군산공장 소속 노동자 못지않게 희망퇴직자가 많이 나왔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9월에는 조합원 전원에게 해고 문자를 보내 논란을 빚었던 인천지역 한 사업체의 50대 희망퇴직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도 있었다"며 "희망퇴직이 죽음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한국지엠 사태는 점차 걷잡을 수 없게 악화하고 있어 상실감, 우울감에 시달리는 희망퇴직자들에게 정신 상담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진·김신영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