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이론

거짓말의 힘, 우테 에어하르트 외(지음)

지하련 2014. 1. 19. 17:11


거짓말의 힘

우테 에어하르트, 빌헬름 요넨(지음), 배명자(옮김), 청림출판 


 

"거짓말은 쓸모가 많다. 거짓말은 삶의 일부이고 소통의 필수 요소이며 갈등을 없애고 성공을 도우며, 모순처럼 보이는 우리 내면의 충동들이 공존하는 것을 돕는다. 거짓말은 삶을 더 행복하게 한다." (6쪽) 



책을 펼치자 말자, '거짓말'은 나쁘지 않고, 도리어 장려되어야 된다는 식의 문장들로 시작되는 책. 읽는 독자가 무안해질 정도로 솔직하고 직설적이며 과감해서 심지어 야하다는 생각까지 들게 만든다. 우리는 관습적으로 진실된 말이 옳고 거짓말은 나쁘다고 생각하지만, 저자들은 전혀 그렇지 않고, 이미 독자들은 거짓말쟁이 대열에 서 있음을 하나하나 사례를 들어가며 지적하고는 도리어 건강이나 행복한 삶, 그리고 사랑에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임을 주장한다. 그리고 우리는 여기에 전적으로 공감할 수 밖에 없다. 공감하지 못하지 못하는 독자가 있다면, 아마 정신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을 것이라 의심하게 된다.  


"사랑에서도 우정에서도, 알아서 행복한 경우보다 몰라서 행복한 경우가 더 많다"라는 라로슈푸코의 문장으로 시작되는 어느 부분에서는 사랑에 빠지면 거짓말쟁이가 되며, 진실을 말하는 순간 파탄에 이르는 어떤 관계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솔직히 우리는 살아가면서 있는 그대로 진실을 말하는 경우가 몇 번쯤 될까. 


이 책은 현명하고 사려깊은 거짓말의 예를 보여주고 경박하고 이기적인 진실의 해악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나면, 아, 전략적으로 거짓말을 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까지 하게 만드니, 이 책은 선량했던 독자를 거짓말의 세계로 이끄는 마약과도 같다. 

 

흔히들 거짓말이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주장은 신빙성이 없다. 가령 여자친구가 불안한 기색으로 "나, 좀 이상해 보이지!"라고 말한다면, 꼭 안아주며 "무슨 일 있어?"라고 물으면 된다. 

아무런 스킨십도 없이 그냥 솔직하게 "응, 좀 그래!"라고 하는 건 언제 어디서든 잘못된 반응이다. 이런 솔직함은 전혀 자상하지 않다. 이때 다정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확실히 책임감 있는 사람이다. 

만취한 친구의 자동자 열쇠를 숨기고 "어디 있는지 나도 몰라"라고 말하는 사람은 친구와의 쓸데없는 실랑이를 피한다. 그리고 그것이 정말 책임 있는 행동이다. (17쪽) 



판사조차도 진실을 확실하게 밝히지 못한다. 모두가 알고 있듯 이 법정에는 재판이 있을 뿐 진실은 없다. (...) 그리고 거짓말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유용하기 때문에 함께 사는 게 좋다. (17쪽)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태도로, 무책임한 진실보다 책임있는 거짓말이 낫다고 말하며, '훌륭한 거짓말쟁이로 살아가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을 펼치자말자, 단숨에 읽기도 오랜 만이었다. 그만큼 설득력 있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으며 거짓말을 넘어서 서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진실은 거부하고 거짓말을 옹호하는 책은 아니다. 도리어 책임없는 진실보다 사려깊고 책임감 있는 거짓말이 더 가치있음을 옹호한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를 위해서도 그런 거짓말을 장려되어야 한다. 마치 매일 아침 일어나 거울을 보며, '나는 할 수 있어'라고 거짓말(기만)하듯이 말이다. 


저자들은 병적인 진실보다 건강한 거짓말을 말한다. 그래서 우리가 다 알고 있지만, 말하지 못했던 아름다운 술수들에 대해서 가감없이 드러낸다. 방식이 너무 솔직해서 야하기까지 하니, 책은 너무 재미있다.  


 





거짓말의 힘

우테 에어하르트, 빌헬름 요넨저 | 배명자역 | 청림출판 | 2013.11.04

출처 : 반디앤루니스 http://www.bandinlun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