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공무직본부 설문조사
"조리복 대신 비키니" 성희롱
"불이익 올까 참아" 최다응답
국가·교육청에 신고 1.4%뿐
"교육기관 여성 차별 일상화"
"교장이 조리실무사들에게 조리복이 아닌 비키니를 입히면 밥맛이 더 좋아지겠다고 했다." 경기도내 한 학교장.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미투'(#MeToo) 운동에 동참했다.

경기지역 학교비정규직노동자 4명중 1명은 학교에서 성희롱·성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민주노총 전국교육공무직본부가 발표한 '학교비정규직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와 관련, 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한 도내 학교비정규직노동자 148명 중 25.7%(38명)가 '성적인 농담'을 포함한 성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 39.2%(58명)는 학교에서 성희롱·성폭력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4일까지 전국 학교비정규직노동자 504명(경기지역 148명 포함)을 대상으로 성희롱·성폭력 실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번 설문조사 응답자 대부분은 여성(99.6%)이다.

성희롱·성폭력을 당했을 때 대처를 묻는 문항에서는 도내 학교비정규직 응답자의 16.9%(25명)는 "불이익이나 주변 시선이 두려워 그냥 참고 넘어갔다"고 답했다. 싫다는 의사를 밝히고 행동 중지를 요구했다는 응답자는 11.5%(17명), 동료나 상사에게 도움을 요청한 경우는 4.1(6명)%로 조사됐다.

여성단체나 국가인권위원회, 고용노동부 등에 신고하거나, 학교·교육청 고충상담창구에 신고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각각 1.4%에 그쳤다.

학교 내 성희롱고충상담원·고충심의위원회를 묻는 문항에서는 응답자의 42.6%가 '없다'고 답했고, 35.1%는 '들어본 적 없다'고 했다.

또 도내 학교에서 진행하는 성희롱 예방교육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23.6%가 '만족한다'고 답했고, '보통이다'는 42.6%, '불만족스럽다'는 15.5%로 나타났다. '받아본 적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18.2%로 조사됐다.

교육공무직본부 측은 학교의 성희롱 예방교육도 형식상 종이 한 장 나눠주고 서명을 받아가는 '보여주기 식'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설문조사에서는 "교장이 조리실무사들에게 조리복이 아닌 비키니를 입히면 밥맛이 더 좋아지겠다고 했다", "교장과 교감이 직급을 이용한 성적농담을 주고받았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다"는 등의 도내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의 실제 사례도 나왔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관계자는 "학교기관, 교육기관 역시 성폭력과 여성에 대한 차별이 일상화돼 있다"면서 "여성들이 다수인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도 용기 있는 고백을 이어가고 있는 여성들과 손잡고 모든 폭력과 차별에 맞서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근절 보완대책' 등에 따라 교육청과 학교도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를 제대로 신설하고, 성폭력 사건이 피해자 입장에서 해결될 수 있도록 비정규직노동자와 학생들의 참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학교비정규직노동자를 대상으로 성희롱·성폭력 실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 504명 중 21.2%가 학교에서 성희롱·성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안상아 기자 asa8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