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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양당 체제 깨고 청년 지도자 앞세운 스페인 정치의 활력

스페인에서 그제 실시된 총선에서 신생 정당들이 약진하면서 30년 넘게 이 나라 정치를 지배해온 양당 체제가 붕괴했다. 급진좌파 성향의 신생 정당 ‘포데모스’(할 수 있다)와 중도우파의 ‘시우다다노스’(시민들)가 각각 69석과 40석을 얻었다. 집권당인 우파 국민당과 제1야당인 중도좌파 사회노동당은 각각 60석과 20석 남짓 잃은 123석과 90석을 가져가는 데 그쳤다. 이로써 1980년대 이후 두 당이 번갈아가며 정권을 잡아온 스페인의 정치 지형은 좌파와 우파 정당이 각각 2개씩 자리 잡은 4당 체제로 재편됐다.

신생 정당이 약진한 배경에는 피폐한 민생과 실업이 있다. 2008년 금융위기 후 긴축재정에 따른 복지 축소와 높은 실업률로 국민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양당에 만족하지 못하는 유권자들이 많아졌다. 집권 국민당은 경제 회복과 실업 해소에 진력했지만 체감 경기는 개선되지 않았다. 여야 정치인들의 부패도 기존 정당에 대한 혐오를 부추겼다. 그 결과 기존의 좌·우파 정당 모두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이 신생 정당에 표를 던진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신생 정당을 이끄는 30대 청년 정치인들이다. 포데모스의 당수는 정치학 교수 출신의 37세 정치인 파블로 이글레시아스다. 그는 해박하고 논리 정연한 언변과 정책, 말총머리의 매력적인 모습으로 창당 2년 만에 당을 우뚝 일으켜 세웠다. 지난 5월 지방선거에서는 수도 마드리드와 제2도시 바르셀로나 시장을 당선시켜 수권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시우다다노스를 이끌고 있는 변호사 출신의 36세 알베르트 리베라 역시 지도력을 인정받고 있다. 청렴한 이미지에 깔끔한 캐주얼 차림으로 거리를 누비며 부패한 집권당으로부터 표를 빼앗아왔다. 유권자들은 이들 청년 정치인에게 신뢰를 보내며 정치를 바꾸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양당제의 폐해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이 당 저 당 모두 싫다는 무당층이 25~30%에 이른다. 다양하게 분출하는 이해와 정치적 견해를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큰 당들은 청년실업을 해결해야 한다면서 청년을 정치의 들러리로만 여기고 있다. 패기 있고 훈련된 젊은 정치인들이 선거판을 바꾸는 역동성이 필요하다. 스페인 총선 결과는 최근 유럽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정치 변화의 결정판이다. 한국의 정치권과 유권자도 스페인과 유럽 정치권의 변화를 남의 일로만 볼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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