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제2국화’ 철쭉

신동호 논설위원

너무 흔하면 귀한 줄 모른다. 봄날 온 산야를 붉게 물들이는 철쭉이 그런 경우다. 진달래에 연이어 연분홍 꽃이 핀다고 해서 ‘연달래’라고도 부르는 철쭉은 우리에게는 흔하지만 세계적으로는 만주 일대와 한반도에서만 볼 수 있는 귀한 종이다. 수로부인을 멈추게 한 기품을 가진 철쭉꽃을 먹지 못한다고 개꽃이라고 한 것은 실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철쭉이 세계에 알려진 것은 견우노옹이 ‘헌화가’를 부른 지 1100년도 더 뒤다. 1854년 러시아 함대가 동해안에서 채집한 표본을 연구해 러시아 식물학자 막시모비치(C.J.Maximowicz, 1827~1891)가 1870년 신종으로 발표하면서다.

한반도에 자생하는 철쭉류(진달래속) 가운데 상당수는 고유종이거나 철쭉처럼 국외반출 승인 대상 생물자원이다. 보호할 만한 철쭉 유전자원이 많다는 얘기다. 이를테면 산철쭉은 세계적으로 한반도와 일본 대마도에만 분포하는 우리의 특산 식물이다. 영문명도 ‘코리안 아젤레아(Korean Azalea)’다. 한라산이나 지리산 바래봉 등 고지대만이 아니라 주왕산 주방천 등 저지대 계곡 주변에서도 잘 자라 ‘수달래’ 또는 ‘물철쭉’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름에 걸맞지 않게 산보다 도시의 공원이나 아파트 화단에 더 흔할 정도로 조경수로 사랑 받고 있기도 하다.

철쭉을 봄꽃의 제왕으로 불러야 하는 까닭은 또 있다. 매화, 개나리, 벚꽃 등보다 종류나 숫자가 많고 꽃이 피는 기간이 훨씬 길다. 철쭉은 솔잎에서 나오는 타감물질 때문에 다른 식물이 잘 살지 못하는 소나무 숲에서도 끄떡없이 자란다. 공해가 심한 근교 산의 산성 흙에서도 잘 견딘다. 백두산 꼭대기부터 야산까지 봄을 맞이하고 즐기고 보내는 길목에 늘 피어 있는 꽃이다. 좀철쭉은 백두산 정상에서 피고, 한라산 산철쭉은 6월 초순에야 만개한다.

전국이 철쭉 축제에 돌입했다. 지난달 25일 흑석산을 시작으로 제암산, 일림산, 수리산, 황매산, 서리산, 지리산, 소백산, 한라산 등으로 이어지는 철쭉제의 행렬은 다른 나라에는 없는 진경이다. 철쭉을 무궁화에 이은 ‘제2의 국화(國花)’로 삼자는 주장도 있다. 한반도 산야와 도시의 화단을 지배하는 봄꽃의 제왕에 걸맞은 칭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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