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단독 특별사면 왜 나왔나(종합)
송고시간2009-12-29 16:01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등 국익 고려"
`넉달만의 사면' 비판에 정부 막판까지 고심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백나리 기자 = 정부가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 대해 이례적으로 단독 특별사면을 단행키로 한 것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이 전 회장의 활동이 필요하다는 각계의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지난해 가장 어려운 터널을 지난 우리 경제가 내년에 본격적인 도약을 하기 위해선 이 전 회장 같은 재계 원로를 중심으로 기업인이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현실적 필요성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의 형이 확정된 지 4개월 만에 `신속하게' 특별사면이 이뤄진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특별사면의 근거로 내세운 것은 일단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세번째 유치 도전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이 전 회장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체육계 등의 의견이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이날 이 전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을 발표하면서 "이 전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 및 특별복권을 통해 현재 정지 중인 (IOC) 위원 자격을 회복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줌으로써 2018년 동계올림픽의 평창 유치를 위한 좀 더 나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각계각층의 청원을 반영하는 한편 국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이번 조치를 실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전 회장은 앞서 `삼성 비자금' 특검 수사를 거쳐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08년 IOC에 스스로 IOC위원 자격 정지를 요청해 현재 `일시 자격포기' 상태로 돼 있다.
이에 따라 연말 사면 논의가 나오기 시작할 때부터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을 비롯한 체육계 인사들은 물론 김진선 강원지사와 조양호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도 발벗고 나서 이 전 회장의 조기 사면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체육계로서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시도가 이번이 세번째라 사실상 마지막이 될 수 있고, 박용성 회장이 IOC 위원직을 잃은 마당에 실질적으로 국제무대에서 올림픽 유치를 위해 뛸 수 있는 원로급 인사는 이 전 회장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여기에 경제5단체를 비롯한 경제계도 `경제 살리기'를 근거로 기업인에 대한 연말 사면을 촉구해왔으며, 정부도 이들의 의견에 무게를 실어 연말 사면을 단행하게 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 전 회장이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발행으로 회사에 227억원의 손해를 끼치고 차명 주식거래로 양도세 456억원을 포탈한 혐의가 인정됐는데도 실형을 면한 데 이어 형 확정 4개월 만에 특별사면되자 `현 정부의 법치기조에 반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 이 전 회장 등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앞서 이 전 회장의 동참에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실패로 돌아갔다는 점에서 특별사면의 명분이 약하고, 재계의 상징적 인물인 이 전 회장에 대한 `신속한' 사면이 법적 형평성을 해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그룹이 이날 정부의 사면 발표 직후 `정부와 국민에 감사한다'는 비공식 논평을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한 것은 사회 일각의 이런 기류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회장은 지난 8월 서울고법에서 조세포탈 및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저가발행에 따른 배임 등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상고를 포기, 형이 확정됐다.
하지만 정부는 이 같은 비판에 대한 부담을 무릅쓰면서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나 재계 사기 등을 감안했을 때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해 고심 끝에 최종 결심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최근 기업들의 세종시 이전 문제가 논의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삼성그룹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는 점도 이번 특별사면 결정에 영향을 준 요인이 되지 않았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zoo@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09/12/29 16:0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