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활자로 만든 ‘명품’ 시집

입력
수정2008.08.06. 오후 6:32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한국현대시 100년을 기념해 납활자인쇄 시선집을 낸 김종해(왼쪽)·이근배 시인(가운데)과 정병규 북디자이너. 강윤중기자

ㆍ‘활판공방 100선’ 김종해·이근배 시인 첫 주자로

“30여년 가까이 출판일을 하고 45년 동안 시를 써왔지만 시인으로서, 출판인으로서 이 같은 명품 시집을 갖는 건 참 과분한 일입니다. 이제까지 제가 쓴 시 중 100편을 가려 뽑은 것인데 책을 보니 변변치 않은 시에 천사의 날개를 달아준 느낌이랄까요?”

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난 원로 시인 김종해씨(67)는 감격한 표정이었다. 1980년대 오프셋 인쇄와 뒤이어 밀어닥친 디지털출판방식에 떠밀려 사라진 납활자인쇄방식으로 제작된 시집은 단정하고 기품있는 만듦새다. 같은 방식으로 제작된 시선집 ‘사랑 앞에서는 돌도 운다’를 갖게 된 이근배 시인(68)도 마찬가지였다. “육당 최남선이 일본에서 기계를 들여다 직접 ‘소년’지를 찍고 한국현대시의 효시가 된 ‘해에게서 소년에게’를 발표했습니다. 1908년은 활자문화를 시로써 복원한 해기도 하지요.”

두 시인의 시선집은 납활자인쇄만을 전문으로 하는 활판공방(活版工房)의 ‘활판공방 시인 100선’의 1차분이다.

납활자본 시선집은 북디자이너 출신의 박한수 시월출판사 대표와 북디자이너 정병규씨, 박건한 활판공방 편집장의 작업이다. 10여년 전 뜻을 모은 이들은 납활자본인쇄기와 부속물을 모으고 현역에서 은퇴한 문선공과 인쇄공들을 불러 책을 준비했다. 조판에서 인쇄, 접지, 제책 등 모든 공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진 책은 1000부 한정본으로 나왔다.

정씨는 “활자는 그 시대 문화의 공기(公器)다. 이번 작업은 그 활자를 살아 있게 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를 출판계와 디자인계, 사회에 묻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올해 안에 허영자·정진규·오세영 시인의 시집이 발간되고, 10년에 걸쳐 총 100권의 시집이 ‘활판공방 시인 100선’이라는 이름으로 나올 예정이다.

<윤민용기자>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