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정밀화학 노사 “롯데서 인수 환영”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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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정밀화학의 성인희 사장(왼쪽에서 세 번째)과 이동훈 노동조합위원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3일 울산 남구 여천로 본사 대회의실에서 ‘노사공동 비상대책위원회’ 명의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삼성정밀화학 제공
삼성정밀화학의 성인희 사장(왼쪽에서 세 번째)과 이동훈 노동조합위원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3일 울산 남구 여천로 본사 대회의실에서 ‘노사공동 비상대책위원회’ 명의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삼성정밀화학 제공
지난달 30일 삼성그룹으로부터 롯데그룹으로의 매각이 결정된 삼성정밀화학 노사가 ‘원 스피릿, 원 보디, 원 보이스’를 외치며 공동 대응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삼성-한화 간 빅딜이 이뤄진 한화테크윈(옛 삼성테크윈) 등 4개 회사에서 심각한 노사 갈등이 빚어진 것을 ‘반면교사’로 삼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상황에서는 갈등보다 화합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 공동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삼성정밀화학은 3일 ‘노사 공동 비상대책위원회’(공동 비대위) 명의로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회사 노사는 “삼성그룹의 당사 지분 매각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기업의 생존을 확보하고 모두의 공멸을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점을 이해하기로 했다”며 “우리 회사는 안타깝게도 삼성그룹을 떠나지만 삼성그룹이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우뚝 서 주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삼성정밀화학 임직원 일동은 글로벌 초일류 화학기업으로 도약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롯데케미칼의 당사 지분 인수를 적극 지지하고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삼성SDI,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30일 삼성정밀화학 지분 31.13%를 롯데케미칼에 모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성인희 삼성정밀화학 사장은 이날 발표 직후 서울에서 직원 설명회를 열었고, 오후에는 울산 본사로 내려가 노조와 만났다. 1994년 삼성그룹에 편입된 삼성정밀화학은 전신인 한국비료 시절부터 노조가 있었다. 삼성정밀화학 노사는 주말 동안 수차례 협의를 거쳐 공동 비대위 구성에 합의했다. 공동 비대위는 성 사장과 이동훈 노조위원장이 공동 위원장을 맡고, 양측에서 각각 위원 10명 및 간사 1명을 내 총 24명으로 구성됐다.

삼성정밀화학은 3일 오전 내부 인트라넷에 공동 비대위 설립 사실을 800여 전 직원에게 알렸다. 이 조직은 회사가 완전히 롯데그룹으로 편입되는 날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 학습효과가 낳은 공동 전선

공동 비대위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롯데그룹에 대한 5가지 요구안도 내놨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조속한 회사 방문, 고용 및 처우 보장, 삼성정밀화학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확대, 노사 관계 철학인 ‘창조적 파트너십’ 유지, 소통과 상생 실천 등이다.

삼성정밀화학 노사가 이처럼 신속하게 공동전선을 펴게 된 배경에는 삼성-한화 간 빅딜의 후유증을 근거리에서 지켜봤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빅딜 직후 한화테크윈과 한화종합화학 등에서는 잇달아 노조가 설립됐고, 위로금 규모를 둘러싼 상경 시위와 파업도 펼쳐졌다. 한화종합화학의 경우 1인당 5500만 원의 위로금이 지급되고 5월 1일부로 한화그룹에 편입됐지만 이후 임금 및 단체협상이 결렬되면서 직장폐쇄로까지 번졌다. 한화종합화학은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지난달 15일 이후 하루 22억 원의 매출액 손실(3일까지 총 440억 원)을 보고 있다.

삼성정밀화학으로서는 이런 노사 갈등만큼은 재연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지가 컸다. 노조 역시 매각 결정권이 없었던 회사를 상대로 대립각을 세우기보다는 롯데그룹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는 실리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삼성정밀화학의 행보가 롯데그룹으로 함께 매각된 삼성SDI 케미칼 사업 부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케미칼 사업 부문이 있는 여수사업장에서는 직원들이 ‘미래공감협의회’라는 노사협의회를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 신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 관계자는 “노사가 현재 긴밀한 대화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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