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년 역사 문화재' 불구
울타리 안에서 사진 촬영
주변 노점상·쓰레기 즐비
▲ 인천시 남동구 장수동 만의골 은행나무 전경.
가을철을 맞아 800년 역사를 지닌 인천시 남동구 장수동 '만의골 은행나무'를 찾는 방문객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은행나무 일대는 인천시기념물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노점상이 즐비해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6일 인천시와 남동구 등에 따르면 만의골 은행나무는 1992년 인천시기념물(지방문화재) 제12호로 지정됐다. 규모는 높이 30m, 둘레 8.6m로 나무의 수령(나이)은 800년으로 추정된다. 시는 은행나무 외곽 경계로부터 500m를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으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은행나무 주변은 아무런 보호 대책 없이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가 설치한 문화재재해방지 CCTV와 보호문구가 쓰인 표지판이 전부였다. 주민들은 방문객들이 나무를 둘러싼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 사진을 찍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오전 찾은 은행나무 인근에는 문 닫힌 푸드 트럭이 세워져 있었고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한 노점상에서는 커피와 차를 팔고 있었다.

서울 청량리에서 은행나무를 보러 왔다는 박경식(64)씨는 "장수동 은행나무는 경기도 양평에 있는 용문사 은행나무보다 수형이 잘 갖춰져 있고 외형이 멋있다"며 "지자체에서 노점상을 철거하고 나무를 제대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 노점상 토지 소유주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염모(65)씨는 "은행나무 때문에 땅이 보존지역으로 지정되면서 건물을 함부로 못 짓게 돼 커피라도 팔고 있다"며 "시나 구에서 토지를 매입하길 바란다"고 토로했다.

남동구는 지난해 은행나무 주변에 '경관광장(보존가치가 있는 장소에 설치하는 광장)'을 조성하기 위해 용역을 실시했다. 이에 시와 함께 사업비를 부담하려 했으나 예산 문제에 부딪혀 중단된 상태다.

시 관계자는 "구청에서 노점상 단속을 나가지만 그 때 뿐인 것으로 안다"며 "경관광장을 조성하려면 사유지를 매입해야 해 예산이 많이 들어 당장은 어렵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