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몸어르신 겨울나기 혹독
▲ 영하 14도의 강력한 한파가 몰아친 24일 한모(81) 할아버지가 동상이라도 걸릴까 염려하면서 얼음장 같은 방바닥을 거닐고 있다.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겨울이 너무 야속하네. 뜨끈한 집에서 겨울을 나고 싶지만 꿈같은 일이야…."

북극 한파로 불리는 맹추위가 기승을 부린 24일.

30년 넘은 허름한 주택 단칸방에서 혹독한 겨울을 나는 한모(81) 할아버지는 겨울만 되면 집밖을 나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홀로 지내는데, 자칫 넘어져 다칠까 무서워서다.

수은주가 영하 14도까지 내려간 이날 오전 11시 수원시 권선구 탑동 한 할아버지의 방은 얼음장과 다름없었다. 방에서는 입김이 나올 정도로 한기가 가득했다. 한 할아버지는 두꺼운 옷을 겹겹이 껴입고 앉아있는 상태에서 미동도 없었다. 난방요금 걱정에 보일러를 켜지 않는 탓이다.

"최근 발이 퉁퉁 붓고 아파 병원에 갔더니 동상 초기 증세였다네. 기름보일러가 있지만, 무용지물이야. 그나마 전기요금이 싼 편이라서 정말 다행일세."

전기장판 하나로 추위를 견디는 한 할아버지는 넋두리하며 야속한 겨울을 탓했다.

"가장 불편한 게 씻는 거야"라며 커피포트를 가리켰다. 마시는 물과 세수하는 물을 끓여 사용한다.

"추위가 한 풀 꺾이면, 인근 노인복지회관을 찾아 미뤘던 목욕을 하겠다"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24년 전 부인을 먼저 떠나보낸 한씨는 홀몸노인이다. 자녀들과는 30년째 연락이 먼저 끊긴 상태다.

2013년까지 한 할아버지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지만, 지금은 아니다. 집과 가족이 있어 이듬해 탈락했다.
정부로부터 기초생활수급비 18만원, 장애 4급(척추협착증) 수급비 4만원 등 월평균 60여만원을 받을 때도 부족했지만, 지금은 노인기초연금 25만원이 전부다. 간간이 지자체와 지역 노인복지회관의 난방비 지원도 2년 전부터 끊겼다.

고령에다 허리 장애가 있어 생활비를 버는 엄두도 못 낸다.

한 할아버지는 "내가 이런 상황에 놓인 것은 모두 내 탓이지 국가는 잘못이 없다. 국가가 어려워 도와주지 못하고 있는 거다. 잘되면 어련히 도와주겠지"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한 할아버지처럼 혹독한 겨울을 버티는 홀몸노인은 도내 약 33만명이나 더 있다.

노인복지회관 관계자는 "한 할아버지는 홀몸노인이지만 집과 가족이 있어 기초생활수급 대상에 제외돼 도움받기 어려운 처지"라며 "취약계층에게 난방비 등을 지원해주고 있지만, 우선순위 등을 정하다 보니 한 할아버지는 고령화에 따른 연령 등의 순위에서 밀렸다"고 했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