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비밀 TF’ 파문

‘군사작전’ 펴듯 국정화 공작…“사실상 청와대가 진두지휘”

이용욱 기자 , 심혜리 기자

교육부의 ‘국정교과서 비밀 태스크포스(TF)’ 파문이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여권발 ‘역사 비틀기’ 논란 한가운데 정부 내 공조직과 별개 ‘비밀 조직’ 변수가 돌출한 것이다. 야당은 정부·여당이 ‘군사작전’하듯 치밀하게 추진한 국정화 증거이자 ‘밀실정치공작팀’이라고 총공세를 폈다. 특히 일일점검회의 등 청와대와의 관련성도 드러나고 있다. 인사발령도 내지 않은 비선조직 운영을 두고 ‘위법’ 의혹도 제기된다.

◆ 청 “TF 존재 알았다” 뒤늦게 시인

‘국정교과서 비밀 태스크포스(TF)’ 조직 발각과 함께 청와대와의 연계성을 드러내는 증거들도 속속 돌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부에 지침을 내린 적이 없다’(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고 했던 청와대 해명이 거짓임을 보여주는 정황증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 의원이 공개한 ‘TF 구성 운영계획(안)’은 TF 소관업무에 ‘BH(청와대) 일일점검회의 지원’이라고 적시했다. 일부 언론이 촬영한 TF 컴퓨터 화면에는 ‘09-BH’ 폴더가 발견됐다.

<b>“청와대서 일일 점검 회의 지원”</b>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의당 정진후(오른쪽),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의원 등이 26일 서울 종로구 국제교육원 앞에서 교육부의 ‘국정교과서 비밀 태스크포스(TF)’ 운영 실태를 설명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청와대서 일일 점검 회의 지원”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의당 정진후(오른쪽),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의원 등이 26일 서울 종로구 국제교육원 앞에서 교육부의 ‘국정교과서 비밀 태스크포스(TF)’ 운영 실태를 설명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26일 “국립국제교육원에 있는 TF 비밀 사무실에서 교육부 및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대책회의를 가졌다는 제보를 확인 중에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날 오후 새정치연합을 찾아와 해명하면서 청와대와의 일일점검회의에 대해 “(청와대에) 가서 보고하기도 하고 내부 전산망으로 보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야권은 청와대가 TF와 정보를 주고받는 수준을 넘어, 사실상 국정화를 진두지휘했다면서 공세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청와대는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TF 존재를 알고 있었다”고 시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TF에 대해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런 게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교육부에서 일상적 활동이라고 밝히고 있고 우리도 그렇게 안다”고 했다. ‘TF=비밀조직’이라는 주장엔 “누가 비밀이라고 하느냐. 교육부에서도 어젯밤 반박자료가 나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TF 존재는 인정하되 “일상적 활동을 했다”고 강변함으로써 파문을 차단하려는 것이다.

◆ 행정예고 보름 전에 TF 사무실 입주

‘국정교과서 비밀 태스크포스(TF)’ 존재와 함께 정부의 대국회·대국민 위증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정부가 여론수렴을 위한 행정예고 이전부터 비밀 TF를 꾸려 국정화를 준비한 정황이 드러나면서다.

새정치민주연합이 26일 비밀 TF 사무실이 입주한 국립국제교육원에 확인한 결과 지난 추석(9월27일) 직후부터 TF가 사무실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정부가 지난 12일 ‘2017학년도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국정 전환’을 행정예고하기 보름 전이다. 특히 교육부가 이 건물 사용의견을 통보한 시점이 “추석 전”이라고 교육원 측이 증언함에 따라 TF는 훨씬 일찍 구성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행정절차법 시행령 위반이라고 야당은 주장한다. 시행령 24조 4항을 보면 행정기관은 행정절차에 돌입하기 전 ‘행정예고 결과 제출된 의견을 검토해 반영 여부를 결정하고, 처리 결과 및 이유를 의견 제출자에게 통지해야 한다’고 돼 있다. 교육부는 “해당 근무인력은 별도 TF가 아니라 업무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역사교육지원팀’에 보강한 인력”이라며 “직원 보강은 (9월 말이 아닌) 10월5일부터 순차적으로 실시됐다”고 해명했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8일 국정감사에서 “국정화 추진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힌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위증으로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 직제도 안 바꾸고 공무원 21명 동원

교육부는 비밀리에 운영한 ‘국정교과서 비밀 태스크포스(TF)’를 직제에 반영하지 않았고, 파견 공무원 21명에 대해선 공식 인사발령을 내지도 않았다.

‘행정기관 조직과 정원에 관한 통칙’(대통령령) 17조 3항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이 한시 조직을 설치할 때는 관련서류를 행정자치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하고, 장관은 타당성 여부를 검토해 직제에 반영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돼 있다. 야당은 교육부가 관련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공무원이 인사발령을 받지 않고 다른 곳에서 일하면 국가공무원법 제56조(성실 의무)와 제58조(직장이탈 금지) 위반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야당 주장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단순 업무지원 성격이라 인사발령이나 직제구성이 필요하지 않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은 “TF 인원 21명 중 (교육부) 역사교육지원팀은 5명에 불과하다”며 “인력보강이 아니라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에 국정교과서 전담국을 각각 1개씩 확대·설치하려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야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정부가 하는 모든 일을 국민에게 알리는 투명한 정부를 만들겠다”는 대선 공약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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