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이라는 악전고투에서 카페 사장이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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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는 다른 업종에 비해 소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해 비교적 진입 장벽이 낮지만, 오히려 제 살 깎아먹는 경쟁에 무방비로 노출되기도 쉬운 아이템이다. 커피보다 쓴 현실에서 분투한 이야기를 책으로 낸 카페바인의 기획자 강도현씨는 억대 연봉을 마다하고 사회적 가치가 통용되는 카페를 꾸려가고 있었다. 카페가 여전히 낭만의 공간이길 꿈꾸면서도 현실적인 조언이 필요한 예비 창업자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을 모았다.

자영업이라는 악전고투에서 카페 사장이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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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카페 혹은 소규모 창업에 관한 오해
“카페는 낭만적일 거야”
전직 카피라이터가 카페를 차리기로 마음먹고 창업 과정을 낱낱이 쓴 「낭만적 밥벌이」란 책이 있었다. 정작 그가 운영한 홍대 앞 카페 ‘리앤키키봉’은 1년 반 만에 문을 닫으며 카페가 낭만의 공간일 수만은 없는 현실을 잘 보여주었다. 글을 쓰거나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한 예술가들은 작업실을 겸하는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것을 최고의 로망으로 친다. 하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로망이 존재할 자리가 없는 것이 문제다. 고작 커피 한 잔을 내놓는 데도 손이 여러 번 가니 작업은커녕 늘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으면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매년 오르는 임대료, 회수할 길 없는 권리금에 직원 월급이나마 제때 주려면 대박이 나지 않는 한 정작 운영자의 인건비까지 챙길 여력이 없다. 식음료 업종은 흔히 재료비가 적게 든다고 하지만 시설경비 등 투자에 유지비까지 고려한다면 어지간해서는 수익을 남기기 힘든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다. 자본금의 규모도 중요하지만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가장 근원의 문제는 자영업자의 수가 많아도 ‘너~무 많다’는 데 있다. 강도현씨(35)는 그 이유를 이렇게 본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50대를 넘어서면서 대거 은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여러 이유로 직장에서 짐을 싸 나올 수밖에 없는 이들이 기댈 곳은 퇴직금을 담보로 한 소규모 창업이지요. 지금 시점에서 창업에 뛰어든다면 빚 안 지고 현상 유지라도 하면 다행이라고 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자영업자 비율은 OECD국가 평균의 두 배가 넘는 30% 수준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부동산 거품이 꺼지는데도 내리지 않는 임대료고요. 상가 주인들도 빚과 이자에 시달리고 있으니 어떻게 해서든 높은 임대료를 받아내야 하거든요.”

신촌에서 30년째 장사를 하고 있는 어느 편의점 주인은 “지난 10년 새 임대료가 두 배로 올랐는데 매출은 갈수록 준다”라며 울상을 지었다. 2012년 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미용업의 평균 임대료가 월 1백29만원인데 절반가량의 월 매출이 1백67만원을 밑돌았다고 한다. 그러니까 임대료를 내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는 뜻이다. 카페나 다른 자영업이라고 해서 사정이 크게 다를 리 없다. 임대료가 높으면 인건비나 재료비를 아껴야 하고, 그러다보니 손님이 떨어지고 결국에는 문을 닫게 되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것이다. 미용실이 망한 자리에 음식점이 들어왔다가 금세 카페가 됐다가 옷가게를 하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빚을 내서라도 무조건 메워야”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모아 가게를 낸 입장에서는 사실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조금만 더 자리를 지키면 드문드문 단골도 늘고, 초기 자금도 회수할 수 있을 것 같은 유혹(?)에 시달리게 마련이다. 적자 폭이 크지 않다고 해도 그것이 매월 쌓이게 되고, 그러다 투자금도 다 까먹고, 결국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여지조차 남지 않게 된다. 현실적으로 냉정하게 판단하고 과감히 접어야 할 시기에 도리어 빚을 더 낸다거나 부동산까지 담보로 잡힐 생각을 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있을까. 하지만 은퇴 뒤 가족이나 부부의 생계가 달린 경우, 절박하기 때문에 도리어 발목을 잡히게 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은 작게 망해도 될 일을 크게 망하게 되는 것이다. 실패의 교훈을 밑거름 삼아 다시 도전할 수 있다면 행복한 케이스가 아닐까. 홍대 앞 상권 중에서도 임대료가 비싼 골목에서 뼈아픈 판단 미스를 겪은 뒤 인근 동교동으로 자리를 옮긴 카페바인의 경우가 그렇다.

“건물 2층에 35평형 규모인데 월 임대료 3백만원에 부가세, 그리고 평당 1만원의 관리비가 붙더군요. 고정비용만 4백만원에 인건비와 재료비 등을 따지면 월 9백만원의 매출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었죠. 당시만 해도 제가 억대 연봉을 받는 직장인이었기 때문에 그 정도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매출이 모자라면 월급으로 메우기 시작했는데 직장을 그만두니 적자 폭이 눈덩이처럼 커져서 감당할 수가 없더군요. 결국 쫄딱 망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종일 카페를 돌아다니면서 손님 수를 체크하고 상권을 분석했어요.”

이렇게 뼈아픈 실패담과 발품 팔아 얻은 강씨의 정보가 고스란히 「골목 사장 분투기」에 담겼다. 누군가가 이미 겪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주변의 사례를 참조하고 조언을 구하는 일은 필수로 거쳐야 한다.

강도현씨가 주도하고 있는 소셜 카페 카페바인.

강도현씨가 주도하고 있는 소셜 카페 카페바인.

“내가 하면 다를 거야”
통계적으로 가게 10곳 중 8곳이 망한다고 한다. ‘나는 살아남는 2곳에 속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이 문제다. 잘될 거라는 막연한 기대가 섣부른 판단을 부르고 나서야 경영 컨설턴트와 금융 트레이더로 근무한 경험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그는 초보 자영업자들이 간과하기 쉬운 실수로 자본금 규모 수준으로 빚을 내는 것을 꼽았다.

“당연한 얘기지만 빚을 지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빚을 내거나 갚는 것을 쉽게 생각하는 분이 많아요. 대출받아서 해결하는 게 가장 쉬워 보여도 나중에 부담이 훨씬 크게 오거든요. 위험 부담을 가능한 한 줄이기 위해 수익 구조 안에서 해결해야 돼요. 대출 기한 동안 이자만 내면서 차차 수익 구조를 개선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안에 망하거나 원금까지 상환해야 하는 때가 금세 옵니다. 아무리 사업 노하우가 쌓여도 빚이 있으면 재기하기가 힘들어요.”

빚에 대한 관점부터 바꿔야 한다. 무료 금융 상담을 해주는 에듀머니 제윤경 대표는 “세상에 착한 빚은 없다”라고 단언한다. 영화 ‘화차’에서 보듯 눈덩이처럼 불어난 채무가 부메랑으로 돌아올 때 자신의 삶을 바꿔서라도 벗어나고 싶은 것이 빚의 속성이다.

카페바인은 자본의 탐욕에 반대한다는 거창한 기치를 내걸고 가능한 한 공정무역 커피를 다루며 수익의 일부는 일자리를 잃은 쌍용차 해직 노동자나 강정마을 등을 돕는 일에 사용한다. 소셜 카페(사회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곳)라서 따로 경영자는 없다. 강씨를 흔히 ‘사장’으로 착각하지만 매장에는 가끔 나올 뿐, 투자자를 유치하거나 프로그램 기획이나 재무 업무를 맡고 있다. 다행히 한 사람 혹은 가족이 책임지는 구조가 아니고, 소액부터 금액을 막론하고 여러 투자자들이 선뜻 돈을 내놓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전보다 매장 규모와 임대료를 낮춘 현재의 매장은 책 인세까지 수익에 합하면 돈을 더 이상 까먹지 않고, 보전이 가능한 수준이다.

Part 2 대안은 사람을 위한 공간과 시스템
자영업 살리기? 사실 개인이나 자영업자 한 명이 해결할 수 있는 차원의 문제는 아니다. 특히 세입자 입장에서 법적으로 구제받을 조항이 전혀 없는 권리금 문제는 꼭 제도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남의 일이라고만 할 수 없는 것이, 재개발 구역에서 제대로 이전 보상금을 받지 못하고 철거 위기에 놓이자 망루에까지 올라간 이들도 알고 보면 평범한 동네 자영업자였다. 아까운 목숨들을 앗아간 용산 참사 얘기다. 삶의 기반을 흔드는 일 앞에서 서민이나 영세 자영업자들이 먼저 타깃이 되지만 경제구조가 무너지기 시작하면 중산층도 안전할 수 없다.
자영업이라는 악전고투에서 카페 사장이 살아남는 법

자영업이라는 악전고투에서 카페 사장이 살아남는 법

틀에 박힌 성공담보다는 실질적인 조언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점포를 계약할 때는 반드시 일정 기한 발품을 팔아 장사가 잘되는지, 실제 매출이 어느 정도인지 꼭 확인해야 한다. 카페의 경우는 주변에 직장인이 얼마나 되는지, 평일이나 낮 시간 동안에 유동인구는 얼마나 되는지도 체크한다. 이미 카페들이 몰려 있는 골목은 후발주자 입장에서는 피해야 한다.

“얼마나 오랫동안 커피를 즐겼으며, 장소 선정부터 메뉴까지 고민한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가 성패를 좌우한다고 봅니다. 커피를 팔아서 큰돈을 벌기도 힘들거니와 돈 버는 것이 목표가 되면 오히려 본질에서 멀어질 수 있어요. 개인이 아닌 사회적 기업의 형태로 카페를 창업하거나 유통업에 뛰어드는 경우 조합의 형태 등 대안적인 방식도 고려해볼 수 있겠죠.”

희망제작소의 사회적경제센터와 같은 시민단체, 정부나 지자체 산하의 창업지원센터 등에서 창업교육과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경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일정 기한의 지원이 끝나기 전에 자생력을 갖출 수 있다면 사회적 기업이 유리한 면이 있다.

“기업과 사람은 둘 다 영리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인격체라는 점에서 다릅니다. 기업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구조’지만 자영업자는 사람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자영업의 위기에 대처하는 관점은 ‘복지’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봐요. 이를테면 어린이집 같은 사회적 돌봄 서비스가 너무 부족한 실정인데, 국가가 나서야지요. 빈곤층에게 세금과 임대료를 낮춰주고 이미 감당할 수 없는 빚에서 탈출하도록 돕는 복지 시스템을 마련해야 합니다.”

따로 또 함께, 이야기가 머무는 공간
강씨는 착한 카페, 사회적 가치를 내세우면서도 자립하는 데 성공한 카페 8곳을 취재해 「착해도 망하지 않아」라는 책을 펴냈다. ‘프랜차이즈 세상에서 착하게 살아남은 동네 카페들’이란 부제에서 보듯이 자신만의 방식과 이야기로 사람들의 주머니보다 마음을 먼저 열게 한 카페들의 이야기이다.

“사람의 성향이나 철학이 어떻게 공간에서 구현되는지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성장과정이나 환경을 통해 만들어진 사람의 정체성을 따라 할 수 없듯이 철학이 담긴 공간도 마찬가지거든요. 갈 곳을 잃은 여성들의 자립과 재활을 돕는 카페 ‘신길동 그 가게’의 운영자들이 직접 만든 테이블과 의자도 아무나 따라 할 수 없는 거예요. 이미 카페를 시작한 분들에게는 죄송한 말이지만 자신만의 생각을 공간으로 구현할 수 있을 때 카페 창업을 하라는 거죠.”

운영자가 분명한 지향점을 갖고 있다면 돈이 아닌 다른 관점에서 성공의 여부가 정해진다. 경제적 관점에서는 물론 적자를 면해야 성공이지만, 그것을 넘어 다른 목표까지 볼 수 있어야 내적인 동력과 지속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어차피 커피가 맛있는 카페는 주위에 널렸으니 카페를 통해 치유나 성장, 나눔과 같은 다양한 양분을 얻을 수 있다면 그 또한 성공의 밑거름이 돼줄 것이다. 결국, 사람이 남아야 카페도 남는다.

“주변의 뜻이 맞는 가게들과 홍대 앞 ‘클럽데이’를 벤치마킹한 ‘함께데이에 함께하는 함께가게’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어요. 2013년에는 본격적으로 연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혼자가 아닌 함께라면 불황의 파고를 넘을 수 있을 겁니다.”
카페바인은 이야기가 있는 공간을 추구한다. 현재 미팅 프로그램, 독서 토론 모임 와와클럽을 열고 있는데, 세미나실을 늘려 평일 저녁마다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사람 사이의 소통이 풍성한 공간을 자처하려 한다. 명사의 강연 형태를 탈피해 청년들 스스로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수다방’도 기획 중이다. 머지않아 투자를 유치해 2호점도 낼 계획이란다. 원하는 일에 매진할 수 있는 것도 사람, 그중에서도 가족의 공이었다. 마지막으로 강씨는 “직장 그만두고 학업을 하면서 돈 안 되는 카페 일을 하는데도 이해해준 아내에게 고마울 따름이에요”라며 멋쩍은 듯 웃었다.

취재 후기

일과 중에 커피 마시는 시간을 가장 좋아하는지라 말 보태고 싶은 유혹을 떨치기 어렵네요. 난생처음 손으로 내린 커피를 맛본 홍대 앞 ‘커피 볶는 곰다방’이 문을 닫은 뒤로 좀 허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단골 카페를 잃어보신 적이 있나요? 제 경험으로는 가격도 맛도 착한 카페들은 다른 데 힘쓰느라 정작 돈을 벌기는 힘들더군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까지 벌기는 쉽지 않다’라는 것만 명심해도 적어도 커피와 사람은 남길 수 있을 겁니다. 부정적인 이야기만 한 것 같지만 욕심이나 허세가 아니라 정말 커피 한 잔 대접하는 일을 즐긴다면 소박하게 시작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덧붙여 ‘한국카페아카데미의 카페 창업 지수’를 소개합니다. 아래 항목에 대부분 해당한다면 창업에 대해 긍정적으로 진지하게 고민하세요. 처음부터 크게 시작하기보다는 10평 이내로 시작해 늘려가는 편이 좋겠습니다. 체력 단련은 선택이 아닌 필수고요.

-동네에 카페가 새로 생기면 궁금해서 가보는 편인가요?
-커피를 하루 두 잔 이상 마실 때가 종종 있나요?
-프랜차이즈 말고 좋아하는 카페 이름을 열 곳 이상 외울 수 있나요?
-혼자서도 자주 가는 단골 카페가 있나요?
-카페에 관한 기사나 커피 원두 이야기가 나오면 꼭 읽어보나요?
-처음 보는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건네는 게 어렵지 않은가요?

■글 / 위성은(객원기자) ■사진 / 이주석 ■참고 서적 /「골목 사장 분투기」(강도현 저, 인카운터), 「착해도 망하지 않아」(강도현 저, 북인더갭), 「약탈적 금융사회」(제윤경·이현욱 저, 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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