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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연금 재벌계열 합병에 거수기 아니라는 선언

입력 : 
2015-06-26 00:01:02
수정 : 
2015-06-26 00:2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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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SK C&C와 SK 간의 합병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키로 한 결정은 국내 증권시장 역사에 한 분기점이 될 것 같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의 판단인데 반대표 행사에도 불구하고 오늘 열릴 두 회사 주총에서 합병에 제동을 걸지 못하더라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점에 주목한다.

국민연금은 SK(주) 지분 7.19%, SK C&C 지분 6.06%를 각각 보유 중이다. 의결권행사전문위는 SK C&C와 SK 간 1대0.73의 합병비율이 SK 주주들에게 불리하게 결정됐다는 점을 내세웠다. 최근 3년 전부터 1년 전까지 SK C&C보다 높던 SK 주가가 지난해 5월 30일 역전됐다. 합병 결정일 직전 1년간엔 SK C&C 주가는 64.3% 오른 반면 SK 주가는 7.67% 떨어졌다. 보유 중인 계열사 주식가치가 SK 자체의 시가총액을 웃도는 알짜배기인데 SK 주가는 떨어지는 반면 SK C&C 주가는 오르는 상황을 방치했거나, 총수 일가에게 유리한 시점에 합병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4월 20일 합병공시를 하면서 SK C&C 자사주 600만주(12%) 소각과 SK 자사주 1118만주(23.8%)에 대한 신주 미발행 계획을 발표했는데 SK C&C 자사주 소각은 완료됐으나 SK 자사주 신주 미발행은 합병기일(8월 1일)에 이뤄질 예정이니 양사의 자사주 소각 효과가 주가에 반영되지 않은 상황에서 합병비율이 결정된 것도 SK 주주에게 불리했다고 지적됐다.

향후 관심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안에 삼성물산 지분 10.15%를 가진 국민연금이 유사한 결정을 할 것이냐로 모아진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SK와 삼성물산은 사안이 다르다"며 "이번 반대 결정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연결 지어 생각하지 말아달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은 국민의 쌈짓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주주의 보편적 이익을 지키는 데 앞장섰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국민연금은 한 발짝 더 나아가 상장기업의 배당 확대와 효율적인 지배구조 구축을 유도하는 데 그동안의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제 역할을 하기 바란다. 무엇보다 기업들은 계열사 합병을 통한 사업조정이나 지배구조 개편에 시장의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투명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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