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연일 정의화 국회의장을 향해 노동 및 경제 관련 쟁점법안을 직권상정해 처리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청와대는 어제도 정연국 대변인을 내세워 “비정상적인 국회 상태를 정상화시킬 책무가 (국회의장에게) 있다”고 정 의장을 비판했다. 정 의장은 “청와대가 대변인을 통해 압박을 가하는 등 삼권이 분립돼 있는 민주체계에 의심을 가할 여지가 있는 얘기는 피하는 게 좋다”고 했다.
국회의장은 행정부의 독주를 견제하면서 국정의 균형을 맞추도록 한 삼권분립의 한 축이다. 그런데 요즘 청와대는 입법부 위에서 지침을 내리는 상부 기관 노릇을 하고 있다. 국회의장이 무소속이기에 망정이지 전처럼 여당 소속이었다면 큰일 날 뻔했다. 지금 박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압박할 대상은 국회의장이 아니다. 법안 통과가 그토록 절박하다면 박 대통령이 직접 야당 의원들을 만나 대화하면서 설득하는 게 정도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최고의 정치지도자로 인정받는 것은 야당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결국 반대세력을 설득해 자신의 뜻을 관철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으로 야당의원을 초청해 식사를 하거나 골프를 함께하며 설득했다. 메르켈 총리는 20시간 가까이 야당 의원들을 만나 설득한 적도 있다.
나라 걱정은 박 대통령만 하고 있는 게 아니다. 박 대통령은 먼저 여당이 야당과 적극 협상할 수 있는 권한과 기회를 줘야 한다. 그리고 야당 인사들과 만나야 한다. 야당에 원하는 게 있다면 왜 직접 말하지 못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