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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진화했을까

김선영 | 드라마평론가

SBS의 인기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의 새해 첫회 제목은 ‘백화점 모녀와 땅콩 회항’이었다.

[문화비평]왜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진화했을까

얼마 전 백화점 VIP 고객이 자신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이유로 차가운 주차장 바닥에 주차요원들을 30분 넘게 무릎 꿇린 사건과 대한항공 전 부사장 조현아의 비행기 회항 명령 사건이 주 소재다. 일명 ‘갑의 횡포’로 세간을 들끓게 한 두 사건을 단순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난 20년간의 재벌범죄백서와 연결해 구조적 부조리의 문제로 확장한 이날 방송에는 프로그램 특유의 날카로운 문제의식이 잘 살아 있다.

방송이 나간 뒤 관련 내용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 순위를 장악하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는 등 반향도 적지 않았다. 그리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어느덧 사회적 부조리에 대한 ‘공분’의 대변자로 자리 잡았다. 어딘가에서 억울한 약자의 사연이 들려올 때마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 제보하라’는 말이 따라붙는 것은 이제는 너무나 자연스럽다.

언제부터일까. ‘미스터리 다큐멘터리’로 출발했던 프로그램이 우리 시대 비판 저널리즘의 대명사가 된 것은.

<그것이 알고 싶다>가 처음 방송된 해는 1992년. 무려 30년간 지속되어 오던 군사정권 말기, 방송에 대한 정치적 압력이 서서히 완화되면서 찾아온 시사 프로그램의 황금시절이었다. 이때 정착한 KBS <추적 60분>, MBC <PD수첩>,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시사 프로그램 삼각구도는 현재까지 이어진다.

물론 양상은 크게 달라졌다. 그때만 해도 <추적 60분>과 <PD수첩>은 무게 있는 정통 시사 프로그램이었던 데 비해, <그것이 알고 싶다>는 상업방송 SBS의 색깔이 가미된 흥미 위주의 시사 다큐멘터리였다. MBC <여명의 눈동자>로 사회극 열풍을 불러왔던 송지나 작가가 초창기 제작진에 합류해 드라마틱한 서사구조를 가미해 무거운 시사 프로그램과 차별화를 꾀한 것이 가장 큰 장점이자 약점이 됐다. 쉽고 친근한 저널리즘을 도입했다는 호평과 대중적 인기를 얻어냈지만 그만큼 잦은 선정성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지난 보수 정권 시절부터 지속되어온 언론 탄압의 직격탄을 맞은 시사 프로그램들은 거의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추적 60분>은 제작본부에서 보도본부로 옮겨지고 아이템 검열을 받으며 고군분투 중이고, <PD수첩>은 담당작가 해고, 프로듀서들의 비제작부 발령 등 시련을 겪으며 만신창이가 됐다. 종합편성채널의 가세로 시청률 전쟁도 치러야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그것이 알고 싶다>에는 SBS의 시청률 지상주의가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했던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맥락 외에 제작진 자체의 진화를 위한 노력도 컸다. 사실 시사 프로그램들에 대한 탄압이 시작될 무렵인 2010년대 들어 <그것이 알고 싶다>는 초창기로 회귀하는 듯 보였다. 미스터리 구성을 강화하고 과학수사 기법을 가미해 미국의 수사장르 드라마에 가까운 모습으로 변모했다.

이는 즉시 시청률 상승을 이끌어냈지만, 엄혹한 시절에 더욱 절실한 사회적 이슈는 잘 다루지 않는다는 비판과도 마주쳐야 했다.

이것이 시장 중심주의와 언론 탄압의 시대를 버티기 위한 생존전략이었음은 2013년부터 증명된다. 2013년부터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그동안 강화해온 스토리텔링 기법에 우리 사회의 새로운 트렌드가 된 시대적 ‘공분’을 녹여내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한다. 여대생 공기총 청부살해죄로 구속된 영남제분 회장 부인의 호화 수감생활, 특권층 귀족학교로 전락한 국제중 스캔들, 형제복지원 사건, 윤모 일병 사건으로 재조명한 군대 폭력 문제, 세월호 참사 특집 등 화제의 에피소드 중심에는 어김없이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대한 ‘공분’과 비판이 있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금 제2의 전성기다. 그러나 그 목소리에는 TV 시사 저널리즘의 마지막 생존자로서의 자존심과 비애가 동시에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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