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이완구-홍준표 수사 속도전… 일정담당 비서 29일 소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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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게이트]李-洪 소환도 초읽기 들어가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성 회장의 ‘메모 리스트’에 적힌 여권 핵심 인사 8명 중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의 일정 담당 실무자에게 소환을 통보했다. 이 전 총리와 홍 지사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직접 수사가 시작된 것으로 두 사람의 소환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이 전 총리와 홍 지사의 공식 일정을 챙겨온 실무자를 29일 각각 1명씩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다고 28일 밝혔다. 검찰은 이 전 총리 일정 담당자를 상대로 성 회장이 이 전 총리에게 3000만 원을 건넸다고 주장한 2013년 4월 4일 당시 충남 부여-청양 국회의원 재선거사무소에서의 구체적 상황을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그동안 성 회장을 태우고 부여 선거사무소로 간 운전기사 여모 씨와 (돈이 든) 비타민음료 상자를 직접 차에서 들고 내렸다는 수행비서 금모 씨를 수차례 불러 조사했다.

또 검찰은 성 회장에게서 1억 원을 받아 홍 지사에게 전달했다는 윤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52)을 최근 외부에서 접촉해 상세한 진술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홍 지사 측 실무자를 상대로 “1억 원을 쇼핑백에 담아 국회의원 회관 707호에서 홍 지사에게 직접 전달했다”는 윤 전 부사장 진술의 신빙성을 검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이 전 총리와 홍 지사 측 실무진에게 소환을 통보한 건 이 전 총리의 사표가 수리된 지 하루 만이다. 그동안 경남기업 측 인사 등에 대한 조사와 압수물 분석이 ‘기초공사’였다면 이제부터는 ‘뼈대’와 ‘지붕’을 얹기 위한 실제 공사가 시작됐다는 얘기다.

검찰이 소환 통보한 이 전 총리와 홍 지사 측 인사는 두 사람의 일정 담당 비서들이다. 성 회장이 돈을 건넸다고 주장한 시기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홍 지사에게 1억 원을 전달한 것으로 지목된 윤 전 부사장과 이 전 총리-성 회장 간 독대를 목격했다고 주장해온 이 전 총리의 옛 운전기사 윤모 씨 소환도 곧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총리와 홍 지사 측에 동시에 소환을 통보한 데에는 검찰 나름의 고민이 담겨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친박(박근혜) 핵심인 이 전 총리와 친이(이명박)계로 비주류인 홍 지사 중 어느 한쪽의 수사가 더 빨리 진행될 경우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검찰은 28일 성 회장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이었던 정낙민 인사총무팀장(48·부장)을 사흘째 불러 성 회장이 올해 1월 이후 과거 정치권 금품 제공 내용을 복기하는 과정에 관여했는지 조사했다. 정 팀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성 회장이 2013년 4월 이 전 총리의 선거사무소에 갈 때 5만 원짜리 지폐로 3000만 원을 봉투에 담아 간 것으로 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정 팀장이 성 회장의 정치권 금품 제공과 관련된 단서를 갖고 있을 것으로 보고 구속된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49)와 이용기 비서실 부장(43)의 진술에서 허점을 찾기 위해 정 팀장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정 팀장 역시 성 회장의 ‘복기 자료’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동주 djc@donga.com·변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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