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이상 낡은 주민센터 비좁은 조립식 창고 개조
복도까지 온갖 물품들 적재
수원 40여곳 '인권영향평가'
부자-가난한 마을 '극과 극'
▲ 27일 오후 수원시 팔달구 지동주민센터에서 환경미화원들이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소로 쓰일 창고를 정리하고 있다. 센터 한 구석에 위치한 좁은 면적의 이 창고는 수원시 인권센터 인권보호관 등에게 사전투표소로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성철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시민의 '권리'가 잘살고 못사는 동네 여부로 결정되다니."

27일 오후 1시.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소 중 하나인 수원시 팔달구 지동주민센터에서 시설을 둘러보던 수원시 인권센터 인권보호관 등에게서 우려 섞인 말이 쏟아졌다.

인권기구인 시 인권센터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투표소에 대한 '인권영향평가'를 실시하는 중이다.

시민(유권자)들이 투표소를 찾아오거나, 투표하는 과정에서 인권침해적 요소가 있는지 사전에 가려내기 위해서다.

0.79㎢ 면적의 지동은 수원시에서 낙후된 원도심 지역으로 꼽힌다. 주민센터도 마찬가지로 건축 된지 20년을 넘긴 '노후 건물'이다.

당장 20여명 공무원들이 일할 장소조차 비좁아 시가 이전계획을 세운 곳이다.

이런 여건 속에서 주민센터가 마련한 사전투표소는 주차장 부지 한 구석에 위치한 '조립식 창고'였다.

주민센터 관계자들은 투표소를 대체할 다른 건물도 없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했다.

문을 열어 창고 내부에 들어가자 초입부터 사무용으로 쓰는 가구, 청소도구, 공사용품, 박스 등 온갖 물품이 적재돼 있었다.

심지어 주방으로도 쓰여 냉장고, 싱크대도 한 공간을 차지했다.

이 창고로도 부족해 밀려난 물품들은 주민센터 내부 복도에서 임시로 보관되고 있었다. 선거 당일에는 투표 하는 시민의 동선이 되는 길이다.

또 주차장이 부족한 탓에 건물 입구들은 차량들이 막았고,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화장실은 '남·여 공용' 구조였다.

앞서 오전 인권센터가 찾아간 정자1·2동, 인계동 등 주민센터의 사전투표장소에서도 유사한 문제들이 지적됐다.

이날 현장실사를 마친 박동일 시 인권보호관은 수원 지역의 투표소 환경이 '잘사는 동네', '못사는 동네' 여부에 따라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고 총평했다.

실제 시 인권센터가 사전투표소를 운영하는 40여개 주민센터 등에 '인권영향평가 자체진단' 자료를 받은 결과, 신도심과 달리 원도심 지역의 투표소는 100% 가까이 문제를 드러냈다.

문제는 기본적인 열악한 시설 여건상 증·개축이나 이전 말고 다른 대안이 나오기 어렵단 점이다.


증·개축, 이전도 예산이 수반되기 때문에 시가 계획만 갖고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박동일 인권보호관은 "시민의 권리가 동네에 따라 불균형이 있다는 조사 결과에 씁쓸한 심정"이라며 "인권센터와 시가 같이 노력해 시민들의 투표 과정에 불이익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인권영향평가는 공공시설물, 정책 등이 시민 인권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평가하는 제도다.

투표소에서 문제시 된 요소들은 인권보호관이 해당기관 및 구·동 선거관리위원회에 '개선권고'를 해 시정된다.

투표소 인권영향평가는 ▲경사도 ▲점자블록 ▲출입구 폭 ▲장애인 화장실 ▲승강기 등 총 16개 항목, 3개 지표를 토대로 한 자체진단 및 실사점검으로 이뤄진다. 3월에는 전체 투표소에 대한 인권영향평가가 예정돼 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