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野, “노동개혁은 고려장” 운운하며 청년 지지 바라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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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허영일 부대변인은 그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노동개혁 방안으로 임금피크제와 쉬운 해고를 주장하는 것은 비정규직 아들이 정규직 아버지를 공격하도록 하는 ‘현대판 고려장’을 선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장은 늙고 쇠약한 부모를 산에다 버리는 고대 사회의 장례 풍습을 일컫는다. 정부 방식대로 노동개혁을 하면 아버지 세대를 밖으로 내쫓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수권 정당을 꿈꾼다는 제1야당이 노동개혁을 인륜에 어긋나는 일로 비유하는 것은 지나칠 뿐 아니라 논리에도 맞지 않는다.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의 핵심은 ‘고용의 유연화’와 함께 내년부터 60세 정년제 도입에 따른 임금체계의 개편이다. 고용의 유연화에 대해 정부는 ‘고용 해지 기준 및 절차의 명확화’라고 보고 있는 데 비해 노동계와 야당은 ‘쉬운 해고’라는 자극적 용어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정규직 위주의 기득권 노조들이 수호해온 ‘정규직 과보호’ 상황을 완화해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바꾸는 일이다. 새정치연합의 주요 지지층인 젊은 세대가 간절하게 바라는 일자리는 그만큼 늘어날 수 있다.

기업들은 근로자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면 앞으로 5년간 115조 원의 추가 인건비가 들 것으로 보고 있다. 임금피크제가 정착되면 생산성이 떨어지는 50대 후반 근로자들의 임금을 낮춰 기업의 신규 채용 여력을 늘릴 수 있다. 상당수 장년 세대는 자신의 임금이 깎이더라도 청년들의 실업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 새정치연합이 노동개혁에 극구 반대하는 것은 노동계의 이익을 대변하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선거 때 결집력이 떨어지는 청년층보다는 똘똘 뭉쳐 있는 노조 편에 서겠다는 ‘표 계산’이다.

어제 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는 국회의원의 10%, 광역의원의 20%, 기초의원의 30%를 청년에게 공천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주로 ‘운동권 청년’들에게 감투를 줄 가능성이 높은 이 방침이 청년의 정치 참여 활성화와 정치 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야당이 진정으로 청년층을 위한다면 무엇보다 그들에게 질 높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기득권 노조의 이익을 지켜주고 청년 일자리 창출을 방해하면서 정치적으로 청년층의 환심을 사려 드는 것은 오히려 청년 세대를 배신하는 선거 전략이다.
#노동개혁#고려장#운운#청년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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