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무성 대표, 정치적 명운 걸고 ‘식물국회법’ 개정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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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어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갖고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을 여야 합의로 개정해 의회 민주주의를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에서 법안 연계 투쟁이 일상화되면서 국회선진화법이 ‘망국법’ ‘소수 독재법’이라는 비판을 듣고 있다”고 말한 뒤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해 “내년 총선에서 어느 당이 승리할지 모르니 19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개정에 동참해 달라”고 제안했다. 김 대표는 올해 5월 공무원연금법 개정과 연계한 야당의 국회법 개정 요구를 마지못해 받아들이기로 한 직후에도 같은 제안을 했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국회 본회의의 의결 정족수는 과반에서 사실상 5분의 3으로 높아졌고 상임위와 법사위의 안건 통과도 여야 합의로 처리해야만 한다. 야당은 자기 뜻대로 법안 처리가 안 되면 모든 법안 처리를 중단하는 수단으로 국회선진화법을 써먹고 있다. 입법부로서 국회 기능을 상실하게 만드는 ‘불임 국회법’이 아닐 수 없다. 새정치연합은 국회법 개정안처럼 위헌 소지가 큰 법률까지 국회선진화법을 앞세워 연계 처리를 요구했다.

새정치연합은 “국회선진화법 개정은 거대 여당 마음대로 의회 독재를 하겠다는 발상이므로 찬성할 수 없다”며 곧바로 거부했다. 국회선진화법은 18대 국회에서 새정치연합이 발의해 일부 새누리당 의원의 동조를 얻어 통과시킨 법이다. 19대 국회에서 새정치연합은 이 법으로 보유 의석 이상의 막강한 위력을 과시해 왔다. 국회선진화법을 원상으로 되돌리는 개정 작업 또한 국회선진화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개정을 낙관하기는 힘들다. 김 대표의 어제 발언도 이 법의 부당성을 국민 여론에 호소하는 의미가 클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승리를 확신하지 않는 한 개정에 응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새정치연합이 선거 판세에서 앞설 경우 새누리당 내부에서 개정에 반대하고 나올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국회선진화법은 어느 당에 유리하고 불리하고를 떠나 의회민주주의를 위해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 서구 선진국 어느 나라에서도 국회선진화법 식의 여야 합의로 의회를 운영하는 나라는 없다. 여야 합의를 강제하는 탓에 오히려 민주주의의 핵심인 다수결 원칙이 사라지는 모순이 수없이 드러났다. 김 대표에게 정치력이 있다면 그 정치력을 무엇보다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통해 보여 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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