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학포기자’ 막으려면 대입정책과 교과서 바꿔야

2015.07.23 21:51

수학 공부를 단념한 ‘수학포기자’(수포자)가 고교생 10명 가운데 6명꼴로 조사됐다. 중학생은 10명 중 5명, 초등학생도 4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과 새정치민주연합 박홍근 의원이 전국의 초·중·고생과 수학교사 90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학교육 인식조사 결과는 수학교육이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학생들의 절반가량이 공부하지 않는 교과목을 정상이라고 볼 수 없다.

수학교육의 위기는 대학입시 경쟁과 구태의연한 교과서 체제에서 비롯된다. 수능만 해도 수학과목은 시험 범위가 넓고, 짧은 시간 안에 고난도의 문제들을 풀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수학교육은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자신감을 키워주기보다는 속성의 암기식, 주입식 학습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특히 학습량 과다는 위험 수준에 이르고 있다. 사걱세가 한국의 수학 교육과정을 서구 선진국 6곳과 비교한 결과, 한국 학생들이 30%가량 학습량이 많았다. 같은 내용이라도 한국은 중3 때 2~3주 배우지만 핀란드는 4년, 미국은 2년에 걸쳐 천천히 배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의 수학능력 차를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교육은 수포자 양산으로 이어지게 된다. 대학에서 수학과 무관한 학문을 전공하려는 학생들에게도 심층적 수학 지식을 요구하는 모순적 입시 방식도 큰 문제다.

특정 단원의 수학적 개념을 암기하고 익히지 못하면 다음 진도로 나갈 수 없는 수학 교과서도 수포자 양산의 주요 원인이다. 한 번 낙오하면 따라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학생들이 각 단원의 기초 개념을 이해하고 습득하기 위해 천천히 생각하고 고민할 시간을 빼앗는 일이다. 학생들이 이해도 못하고 흥미도 잃는 것이 당연하다. 사걱세 조사에서 수학과 멀어진 이유에 대해 “내용이 어렵고 학습량이 많으며 진도가 빠르기 때문”이라는 학생들의 응답은 수포자 문제의 정곡을 찌른다.

사걱세 조사에서 나타난 것처럼 수포자 문제의 심각성은 임계점에 이른 상태다. 더 이상 수포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정부는 학생들이 수학을 쉽고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도록 대학입시와 교과서를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 그게 ‘수학 학습량 80%로 감축’이라는 정부의 평소 구호를 실천하는 길이기도 하다.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