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대선의 해]헌재 위헌결정 났지만…SNS통한 선거운동 '뜨거운 감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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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2.01.02. 오전 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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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홍세희 기자 = 법무부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투표 독려를 비롯한 선거 관련 행위를 신종 선거범죄로 규정하고 4월 총선 전까지 SNS 선거운동 대응방침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와중에 지난달 29일 헌법재판소가 트위터, 사용자제작콘텐츠(UCC), 이메일, 블로그, 게시판 등 인터넷매체를 이용해 후보자 또는 정당을 지지·반대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최근에는 방송인 김제동(37)씨가 지난해 10·26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날 투표 인증샷과 투표 독려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검찰에 고발당하기도 했다.

2012년은 20년만에 대선과 총선이 동시에 열리는 중요한 해이다.

SNS이용자들과 시민단체는 SNS를 통한 선거운동 규제는 처벌 기준이 모호하고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제동 투표 인증샷과 이명박 대통령의 투표 인증샷

김제동씨는 지난해 10월26일 자신의 트위터에 투표 인증샷을 올리고 투표를 독려하는 글을 게재했다. 이를 본 임모씨는 김씨의 이같은 행위가 당일 선거운동을 금지한 공직선거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검찰에 고발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 독려 자체가 특정 후보에 대한 투표 독려로 인식될 수 있는 인물·정당·단체는 독려 행위를 못하게 하고 있다.

김씨가 고발당한 사실을 접한 트위터리안 '@new***'는 "김제동씨 사건은 앞으로 총선과 대선에서 MB 정권과 보수우익세력들이 어떻게 대처할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SNS의 폐해를 보여주는 방송과 그에 맞춘 각종 규제, 검찰의 강력한 수사 대응이 계속 발표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대부분의 트위터리안도 김씨가 고발당한 것은 'SNS에 대한 탄압'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위터리안 '@dokdo***'가 지난달 9일부터 17일까지 트위터리안 20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김제동 수사에 대한 의견을?'이란 질문에 85%에 달하는 176명이 'SNS 탄압이며 검찰의 의도적인 시민겁주기 행위'라고 답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답한 트위터리안은 23명에 불과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김씨의 투표 독려 자체가 특정 후보에 대한 투표 독려로 인식될 수 있다면 이명박 대통령 내외의 투표 인증샷을 게재한 청와대 트위터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 인터넷매체가 지난해 10·26 재보궐선거 당일 투표장을 찾은 이 대통령 내외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올린 청와대 트위터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것이 단적인 예다.

◇SNS 선거독려가 '신종선거범죄'?…헌법 소원 잇따라

법무부는 지난달 26일 처벌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SNS 등 온라인 선거운동에 대해 객관적인 불법성 판단 기준을 연구하겠다는 내용의 2012년 업무계획을 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총선과 대선이 함께 열리는 해인 만큼 업무보고의 핵심은 선거사범 단속이었다.

또 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해 6·2 지방선거와 10·26 재보궐선거에서 SNS 선거운동을 단속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SNS와 스마트폰 앱을 심의하는 전담팀을 신설하기로 결정하자 누리꾼과 시민단체들은 강력히 반발했다.

이같은 반발은 헌법소원의 제기로 이어졌다.

참여연대, 진보네트워크 센터 6개 시민사회단체와 네티즌 192명은 지난 2007년 공직선거법 93조 1항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정동영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등 144명의 국민 청구인단은 "트위터에 대한 규제는 국민의 기본권인 의사표현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이라며 헌법재판소를 찾았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9일 재판관 6대 2의 의견으로 트위터, UCC, 이메일 등 인터넷매체를 선거일 180일 전부터 특정 후보나 정당 지지·추천 등을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93조 1항에 의해 규제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공직선거법 일부 조항에 대한 위헌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다 이같은 판결이 나오자 여야 정치인들과 누리꾼, 시민단체 등은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참여연대 등 52개 진보단체로 구성된 유권자네트워크(유자넷)은 "선거법 93조 1항에 대한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SNS 선거운동이 완전히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 표현을 온전히 보장하기 위해서는 93조 1항이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본적 문제 해결 공직선거법 개정해야"

헌재의 위헌결정에도 불구하고 SNS를 이용한 선거운동에는 아직도 논쟁의 불씨가 남아있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선거운동기간 내내 잡음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헌재 판결에 따라 공직선거법 93조 1항이 인터넷에 적용되지 않는다 해도 선거운동에 이르는 행위는 언제든지 처벌될 수 있다. 실제로 한 트위터리안은 총선을 11개월 남겨두고 낙선운동 리스트를 트위터에 올렸다는 이유로 최근 벌금 100만원을 선고 받기도 했다.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와 '선거운동'의 구별 기준은 여전히 모호한 것이다.

민주화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류제성 변호사는 한 토론회에서 "현행 공직선거법은 인터넷과 SNS 등 새롭게 등장한 의사소통수단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유권자들의 높아진 정치 참여 욕구를 규제하는 방식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류 변호사는 "대표적 독소조항인 선거법 93조 1항과 후보자비방죄, 인터넷 실명제, 시설물 설치 금지 등 각종 규제는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건전한 비판과 정책 형성 활동을 제약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SNS를 이용한 선거운동이나 선거와 관련된 정치적 의사표현에 대한 국가의 개입과 규제는 최소화 돼야 한다"며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유권자들의 정치적 의사 표현 행위를 규제해 온 주요 독소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도 강조했다.

hong19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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