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출혈열, 한국 무풍지대 아니다", 의료진 교육도 미비

미국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환자를 돌보던 의료진이 잇따라 바이러스 감염자로 확진된 가운데 한국도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 사례에서 보듯 의료진 감염의 경우 정부의 에볼라 예방 교육이 대형병원을 중심으로만 이뤄져 실제 환자가 우선적으로 찾을 가능성이 높은 동네의원이나 중소병원은 사실상 의료진 감염에 무방비라는 지적이 높다.

에볼라 출혈열 발병국이 갈수록 확대되는 상황에서 한국도 환자 발생 가능성이 있는만큼 보다 적극적인 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이재갑 한림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6일 "현재 전 세계 에볼라 출혈열 창궐 수준은 10점 만점을 기준으로 5점 정도"라며 "한국의 경우 검역 체계가 강화되고 있지만 환자를 처음 접하는 1차 의료기관의 감염 대비는 아직 충분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다행히 현재 에볼라 바이러스는 호흡기 전파처럼 감염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따라서 감염 환자를 최대한 빠르게 파악해 격리 조치하고 2차 감염을 막는 대책 마련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특히 기니와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등 서아프리카 3개국에서 주로 감염자가 나오던 에볼라 바이러스는 최근 제3국으로 점차 영역을 넓히고 있다.

스페인에서 3명의 환자가 발생해 2명이 사망했고, 독일도 3명의 환자가 발생해 1명이 사망했다. 미국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한 데 이어 환자 숫자가 갈수록 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WHO(세계보건기구)는 올해 12월 초가 되면 매주 1만 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수준으로 감염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서아프리카 지역과 미국 등에서 발생한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자의 상당수가 환자를 직접 돌보던 의료진이라는 데 있다. 미국의 경우 보호복 착용 등 의료진 안전 대책에 구멍이 뚫렸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환자의 체액이나 타액 등이 묻은 보호복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거나 보호복 착용법을 지키지 않을 경우 의료진의 2차 감염 위험은 더 높아지고, 다시 제3의 인물이 감염될 확률도 급증할 수밖에 없다.

한국과의 교류가 활발한 미국과 유럽 등으로 환자 발생국이 확대되면서 한국도 에볼라 출혈열 안전지대는 아니라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이 때문에 보건복지부도 환자 유입을 막기 위한 검역 체계를 강화하면서 환자 입원 가능성이 높은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의료진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환자를 볼 때 반드시 보호복을 입도록 하고 환자 치료 후 보호복을 벗을 때 절차를 지키는 것, 치료를 할 때는 의료진 2명이 서로 지켜보면서 돕는 것 등을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수준의 대비책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에 에볼라 출혈열 환자가 유입될 경우 환자를 가장 먼저 대면하는 곳은 동네의원이나 중소병원 등 1차 의료기관이다. 그러나 이런 의료기관의 의료진에 대한 교육은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도 미국처럼 의료진 2차 감염의 위험이 심각해질 수 있는 것이다.

한 병원 관계자는 "환자를 가장 먼저 대면하는 일선 병원에 대한 교육은 전국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중소규모 이하 병원의 교육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의사협회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관련 소식지를 만들고, 의료진 교육 자료도 배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일선 의료기관을 통한 2차 감염이 발생한다면 예상보다 감염이 급속도로 확산될 수 있다"며 "전 세계적인 에볼라 창궐 정도를 볼 때 예비비 등을 풀어서라도 일선 의료기관에 에볼라 바이러스 보호 장구 등을 지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