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시급 15달러로” 미 시애틀 바꿔놓은 사회주의자의 도전

워싱턴 | 손제민 특파원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시의회는 지난 2일 미국 최초로 시간당 최저임금을 15달러(약 1만5360원)로 올리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는 현행 연방 최저임금 7.25달러,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연방 차원에서 올리려고 하는 10.10달러를 훨씬 넘는 것이다. 온건한 민주당 소속 에드 머레이 시애틀 시장이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게끔 압박 요인으로 작용한 것은 사회주의 정당 소속 정치인 최초로 시애틀 시의원이 된 크샤마 사완트(41)의 존재다. 패스트푸드점 노동자를 지칭하는 이른바 ‘맥잡’ 노동자 등 저임금 노동자들의 지지를 업은 사완트는 인도 출신 이민자로, 지난해 11월 9명의 시애틀 시의원 중 한 명으로 당선됐다.

크샤마 사완트

크샤마 사완트

사완트가 소속된 사회주의대안당 웹사이트에 올라온 사완트의 2일 시의회 연설 영상을 보면 그는 “최저임금 15달러는 노동자들이 재계와의 협상테이블에서 ‘분별 있는 타협’을 통해 쟁취한 것이 아니다. 기업이나 그들을 대변하는 민주당 대표자들의 관대함의 결과물도 아니다. 오늘 시의회 투표 결과는 노동자들이 작년과 올해 거리에서 싸워 얻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마치 공화당에 대한 진보진영의 대안인 것처럼 행세하지만 우리는 이곳 시애틀의 경험에서 봤듯이 사회주의자들을 선출함으로써만 기득권을 굴복시켜 노동자들에게 진정한 승리를 가져올 수 있다. 우리는 기업이 지배하는 정치의 흐름을 되돌리기 위해 좀 더 많은 무소속과 사회주의 후보들이 필요하다”고 했다.

사완트는 지난해 11월 지방선거에서 빌 드 블라지오 뉴욕시장과 함께 돌풍을 일으킨 미국의 진보적 정치인이다. 시의원 선거운동 때부터 ‘15 Now(이제는 15달러)’ 운동을 폈다. 유튜브 등에 올라온 사완트 연설 동영상들을 보면 그가 소속한 사회주의대안당은 한국의 정의당과 비슷한 지향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소속의 드 블라지오와 달리 사완트는 민주당과 완전히 선을 긋고 진정한 좌파 후보를 표방하며 주요 대도시의 기성 정치권에 진입했다.

사완트는 1973년 인도 푸네의 브라만 계급 집안에서 태어나 뭄바이에서 자라면서 빈곤문제를 겪으며 세상을 보는 눈이 형성됐다고 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직원인 인도 남성과 결혼한 뒤 미국으로 이주해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교수가 됐다. 2010년 미국 시민권자가 된 그는 2년 뒤 워싱턴주 하원의원에 도전했지만 민주당 후보에게 완패한 바 있다. 이듬해 시의회 문을 노크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시애틀 시의회가 통과시킨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500명 이상 고용 사업장은 2017년, 500명 미만 사업장은 2021년까지 최저 시급을 15달러로 올리게 된다. 그전까지 미국 내 가장 높은 최저임금은 워싱턴DC의 11.50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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