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특수고용노동자에 희망 준 재능교육 해고자의 복직

학습지 교사에게도 노동자로서 권리를 인정해달라며 7년 넘게 천막농성을 이어온 재능교육 해고자 2명이 마침내 일터로 복귀하게 됐다. 유명자 재능교육노조 전 지부장과 박경선씨가 어제 본사에서 복직 체결 조인식을 갖고 기나긴 여정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수수료 제도를 학습지 교사에 터무니없이 불리하게 변경한 단체협약의 재교섭을 요구하며 2007년 12월 농성에 돌입한 지 2822일 만이다.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특수고용노동자들이 300만명을 넘는 상황에서 이들의 복직이 갖는 의미는 작지 않다.

재능교육은 2008년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고 ‘노동자가 아닌데도 조합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차례로 12명의 조합원들을 해고한 바 있다. 이후 해고자들은 본사 앞에서 길거리 농성을 하며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문제를 사회에 알리는 상징적 구심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이들 덕분에 노동자보다 훨씬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면서도 개인사업자로 취급돼 노동자로서 모든 권리를 박탈당한 특수고용노동자 문제가 끊임없이 사회적 의제로 부상할 수 있었다.

이들이 요구한 것은 해고자 전원 원직 복직과 단체협약 원상회복 등 2가지였다. 하지만 사측은 물론 정부도 이들의 편은 아니었다. 노동자로서 권리를 주장하는 이들의 목소리에 노동부와 노동위원회는 고개를 저었다. 사법부도 마찬가지였다. 1심 행정법원은 노조법상 노동자 지위를 인정하면서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 자격은 부정했고, 2심 법원은 반쪽짜리인 노동자 지위마저 인정할 수 없다고 대못을 박았다. 하지만 2명의 해고자는 2013년 1차 복직 당시 노조에서 미완의 과제로 남겨 놓은 불리한 단협 조항을 상당 부분 원위치시킴으로써 값진 승리를 기록하게 됐다. 물론 위탁사업 계약서를 쓰는 방식으로 원직 복직이 이뤄져 노동자 지위를 완전히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평가에 인색할 필요는 없다. 이들의 성과는 정부도 사법부도, 심지어 노조의 도움도 없는 상태에서 일궈낸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3일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노동절 기념연설에서 ‘노동자들이 누리는 보편적 권리는 과거 수많은 노동자들의 투쟁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고 그 결실은 기업을 위해서도 좋은 것’이라고 했다. 해고자 전원 복직에 합의한 재능교육이 장기농성 사업장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가장 모범적인 노사관계를 만들어가는 기업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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