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는 청년수당 딴지 걸 시간에 청년고용 고민해야

2016.08.07 20:55 입력 2016.08.07 20:58 수정

서울시가 청년수당을 지급하자마자 보건복지부가 직권취소 결정을 내린 데 이어 노동부도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보건복지부는 서울시가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고 노동부는 ‘현금살포’라는 자극적 표현으로 부정적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청년수당 정책의 실효성을 따지기에 앞서 과연 이번 사안이 2개 중앙부처에서 협공을 펼치며 제동을 걸어야 할 사안인지 의문이다.

복지부와 노동부가 청년수당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청년수당이 취업준비 프로그램과 연계돼 있지 않아 청년들이 현금을 생활비나 유흥비로 탕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참으로 치졸하고 옹졸한 논리가 아닐 수 없다. 청년수당 정책은 취업 준비 중인 청년 3000여명에게 한달에 50만원씩 6개월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투입예산을 다 합쳐도 90억원 정도다.

반면 정부는 매년 13개 부처에서 2조원 넘는 돈을 57개 청년일자리 사업에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막대한 재정투입에도 청년실업률은 계속해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청년고용대책이 이처럼 실패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가 정작 청년들이 가고 싶어 하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등한시한 채 단기 성과나 실적 위주의 사업에만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보조금의 80%도 청년이 아닌 기업에 대한 간접지원방식이다. 이 때문에 기업이 양질의 일자리보다 눈앞의 이익만을 노린 인턴이나 단기 계약직 채용 남발을 유도하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 실제로 2014년 한국노동연구원 조사를 보면 월 20만~40만원의 보조금이 지급되는 정부의 취업패키지의 경우 월 150만원 이상 취업 성공률은 21.8%, 6개월 이상 고용유지율은 18.9%에 불과하다. 이기권 노동부 장관은 “서울시가 청년들에게 물고기 잡는 방법이 아니라 물고기를 주고 있다”고 비난했지만 이 말은 정부가 스스로 자문해야 할 내용이다.

물론 청년수당 역시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당장 생활고 때문에 알바라도 뛰어야 할 청년들에게 스스로 물고기 잡는 법을 고민할 시간적 여유를 주는 효과가 있다. 고작 월 50만원을 유흥비로 탕진할까봐 청년을 불신의 눈으로 바라보며 딴지를 거는 정부 태도는 염치가 없는 일이다. 청년수당을 ‘퍼붓기’로 비난하기에 앞서 정부는 청년고용보조금 사업이 왜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는지 고민하는 게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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