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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게임 1년, 셰일은 잡았지만 사우디가 숨넘어가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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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OPEC 회의에서도 감산 없을 듯…'버티기 경쟁'에 저유가 장기화 불가피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1년 전인 지난해 11월 27일(현지시간).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석유장관들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나 원유 생산량을 줄이지 않기로 합의했다. 상반기만 해도 배럴당 100달러를 유지하던 국제 유가가 70달러까지 떨어지던 상황이었다. 원유산업 의존도가 큰 대다수 산유국들은 감산을 주장했지만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가 고집을 부렸다. 저유가를 유지해 급성장하는 미국의 셰일산업을 무너뜨려야 한다는 논리였다.

중동 산유국들과 미국의 원유 치킨게임은 이렇게 막이 올랐다. 생산량 유지를 결정한 OPEC 회의 이후 국제유가는 더 떨어졌다. 9일 ICE유럽선물시장에서 브렌트유는 배럴당 47.19달러를 기록했다.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43.8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는 올 해 초 6년여 만에 최저치인 배럴당 40달러 대로 떨어진 뒤 반등의 조짐이 없다.
다음달(12월 4일) OPEC 회원국들은 다시 빈에서 머리를 맞댄다. 대다수 산유국의 희망과 달리 이번에도 감산 결정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사우디는 저유가로 재정위기가 가시화되는 상황에서도 생산 축소는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미국과의 게임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원유 치킨게임 1년은 명확한 승자나 패자가 없는 '버티기 경쟁'으로 요약된다. 생각보다 타격이 큰 것은 자신만만했던 사우디다. 지난 2011년 8%대였던 사우디의 경제성장률은 올해 2%대로 추락할 전망이다. 재정적자는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20%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증시는 지난 5월 고점 대비 30%가량 떨어졌다. 사우디 기업들의 체감 경기는 2009년 이후 가장 좋지 않다.

미국 셰일업체들이 망하기 전에 사우디가 먼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지난달 말 사우디의 신용등급을 'A+'로 한 계단 강등했다.국제통화기금(IMF)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선을 유지할 경우 사우디의 현금이 5년내 바닥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셰일업계의 타격도 컸다. 저유가가 길어짐에 따라 많은 셰일업체들이 도산했다. 미국의 원유 생산은 지난 4월 하루 960만배럴로 44년래 최대치를 찍은 뒤 감소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미 셰일 업계는 비용 축소, 생산성 개선으로 저유가 상황을 잘 버텨내고 있다. 미국 유전정보 서비스업체 베이커휴스에 따르면 미국의 원유 시추공 수는 최근 1년새 1000개 가량 줄었다. 그러나 미국 노스다코타주(州) 바켄 유전지대에서 시추공 하나당 생산되는 원유 규모는 1년 전보다 43% 급증했다. 살아남은 셰일 업체들의 생산 비용은 지난해에 비해 20~30% 정도 줄었다.

승부의 추가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 데다 예정된 악재 탓에 유가 반등 전망은 어둡다. 이란은 원유 시장의 핵폭탄급 이벤트가 될 수 있다. 이란은 핵협상 타결에 따른 경제 제재가 풀리면 6개월 내 원유 수출량을 현재의 2배인 200만배럴로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이란의 원유 생산량은 현재 일일 280만배럴인데 2021년에는 470만배럴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12월 중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것도 유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달러값이 오르면 달러로 결제되는 원유 값은 약세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립호주은행(NAB)의 비안 라이 에너지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경기둔화가 가속화하고 있어 세계 원유 수요 축소는 불가피하다"면서 "내년 하반기까지는 미국의 원유 생산이 크게 줄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이란의 생산 증가가 예상돼 당분간 저유가 국면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향후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같은 주장이 과도하다고 해도 수요마저 부진해 '유가 100달러 시대'가 단시일 내 다시 오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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