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KF-X 계속 하라는 박 대통령, 의혹 덮겠다는 건가

박근혜 대통령이 그제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에 대해 보고받은 뒤 “계획된 기한 내에 잘 마무리 짓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는 미국으로부터 제공받지 못하게 된 4개 핵심 기술은 자체 개발하겠다고 보고했다. 박 대통령은 “개발 인력 보충이 필요하면 말하라”며 지원까지 약속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기술 도입 실패 등 의혹은 묻어두고 사업 추진을 독려한 셈이다.

KF-X 사업은 해외 기술을 도입, 2025년까지 국산 전투기를 만든 뒤 노후화한 공군 전투기 120대를 이 기종으로 교체하는 것이다. 방위사업청은 지난해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F-35 전투기를 구입하는 대신 4개 핵심 기술을 제공받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 4월 미국이 기술 제공을 거부했는데도 방사청은 이 사실을 발표하지 않았다. 2개월 뒤에야 청와대에 보고했고, 보고받은 주철기 전 대통령 외교안보수석이 다시 3개월 동안 뭉갰다. 대형 국책 사업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는데도 반년 가까이 대통령이 몰랐던 것이다. 방위사업청은 당시 협상을 위해 미국의 기술제공 가능성을 과장했다고 하지만 의문은 남는다. 4개 핵심 기술을 제공하겠다고 한 다른 나라의 기종은 놔두고 왜 F-35 기종으로 결정했느냐 하는 것이다. 이번 조치가 F-35 구입을 결정할 때 국방장관이었던 김관진 대통령 국가안보실장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레이더 기술을 자체 개발할 수 있다는 보고도 썩 미덥지 않다. 그렇다면 왜 미국에 기술을 달라고 그렇게 매달렸는지 더욱 설명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기획재정부는 KF-X 사업 관련 예산을 60% 삭감했다. 국회 국방위원회도 예산 심사기간을 늘려 사업성 등을 신중하게 검증하기로 했다. 한달 동안 진행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조사 결과도 발표되지 않았다. 그런데 대통령이 전문가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에 대해 1시간짜리 보고를 받은 뒤 사업 추진을 지시했다면 합리적인 일 처리가 아니다. 이 사업은 개발비 8조원 등 총 18조원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정부도 성공을 확신하기 어려워 10년 동안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다른 방산비리에 대해서는 엄정한 수사를 강조하면서 유독 이 사업의 의혹만 덮으려는 이유가 궁금하다. 부실 상태에서 대형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위험하다. 먼저 의혹을 밝히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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