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공포 확산

‘첫 발생부터 첫 사망까지’ 항상 한두 발씩 늦은 당국

최희진 기자

격리·역학조사 등 빈틈… 시민 ‘권고 불응’도 한몫

국민 불안 확산에도 일사불란한 대응시스템 부재

5월20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지 13일 만에 2명의 사망자와 3차 감염자가 발생하면서 정부의 안이하고 미흡했던 초기 대응이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한두 발씩 늦는 뒷북대응으로 메르스 사태가 자칫 통제 불능 위기로 치달을 수 있다는 위기감과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최초 환자가 나온 직후인 지난달 21일 같은 병실을 썼던 최초 환자와 세번째 환자(76·남)의 밀접 접촉자 64명을 즉각 격리하고 “대응조치를 선제적으로 강화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단계부터 세번째 환자의 아들(10번째 환자)이 이 병실에 다녀갔다는 사실을 놓쳤다. 정부는 아들이 중국으로 떠난 다음날인 27일 부랴부랴 중국 보건당국에 이 사실을 알리고 10번째 환자 가족과 의료진, 비행기 탑승객, 직장 동료 등을 격리관찰자로 분류했다.

방역의 결정적 빈틈은 지난달 28일 드러났다. 5월15~17일 B병원에서 최초 환자와 같은 병동에 입원했던 71세 남성(6번째 환자·사망)의 감염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당초 ‘같은 병실’ 관련자만 격리했던 정부는 이날부터 현장대응팀을 B병원에 파견해 역학조사를 전면 재실시했다. 질병관리본부장이 맡던 메르스대책본부장을 복지부 차관으로 격상시켰고, 자가격리자 중 50세 이상이거나 만성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은 격리시설 이동을 유도하기로 했다. 정부 목표치는 고위험군의 35%였으나 권고에 응한 사람은 4명뿐이었다.

그사이 최초 환자와 접촉했던 2차 감염자, 2차 감염 위험자와 접촉했던 3차 감염 위험자 수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당초 120명선이던 격리관찰자는 B병원 역학조사 재실시 후 700여명으로 급증했다. 이 과정에서 첫 사망자인 57세 여성 환자의 존재도 뒤늦게 알게 됐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오후 9시 격리관찰자임을 통보했으나 이 환자는 다음날 오후 4시 사망했다.

정부는 지난 1일 3차 감염자 2명이 발생한 후 주변 역학조사를 실시해 격리관찰자를 추가하겠다고 했다. 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권준욱 기획총괄반장은 “격리자 규모가 상당히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감염 의심자가 어느 의료기관이나 응급실에 갔다면 그 시간대 의무기록을 다 확보해서 환자를 찾아내고, 동행했던 사람까지도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초 정부의 격리관찰 감시망 밖에 있던 사람 중에서 메르스 확진자가 나올 때마다 이런 식으로 3차 감염을 우려한 격리자를 대폭 늘려가야 하는 것이다.

지난달 31일 문형표 복지부 장관이 대국민사과를 한 뒤 박근혜 대통령도 1일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메르스 확진자가 급증하고 국민들의 불안감이 극도로 커질 때까지 여권에는 컨트롤타워도, 일사불란한 협업 시스템도 갖춰지지 않았다. 최초 환자 확진 12일째인 1일에야 복지부와 새누리당의 첫 당정회의가 잡혔고, 2일에야 첫 관계장관회의가 열렸다. 정부가 2일 메르스대책본부장을 복지부 차관에서 장관으로 한 번 더 격상하고 메르스 정보를 의료계와 공유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3차 감염 방지의 둑이 무너진 후 허둥대며 내놓은 ‘사후약방문’ 성격을 넘지 못하고 있다.


Today`s HOT
불타는 해리포터 성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페루 버스 계곡 아래로 추락 토네이도로 쑥대밭된 오클라호마 마을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시위대 향해 페퍼 스프레이 뿌리는 경관들
올림픽 성화 범선 타고 프랑스로 출발 인도 스리 파르타샤 전차 축제
이란 유명 래퍼 사형선고 반대 시위 아르메니아 국경 획정 반대 시위 틸라피아로 육수 만드는 브라질 주민들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이·팔 맞불 시위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