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일 만의 이완구 “진실 이기는 것 없다” 검찰, 성완종과 만남 뒷받침 카카오톡 공개읽음

박용하 기자

‘성완종 리스트’ 첫 공판

▲“성 회장,내게 섭섭함 느꼈을 것
비타500 박스 이야기는 거짓”
이, 모두진술에서 혐의 부인

“이완구 선거사무소로 출발”
검, 성 회장 비서들 대화 공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65)가 2일 법정에 나와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장준형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이 전 총리의 첫 공판을 열었다. 이 전 총리와 검찰은 5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 전 총리는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온 지난 5월15일 이후 칩거하며 재판에 대비했다. 앞선 세 차례 공판준비기일에는 출석 의무가 없어 법정에 나오지 않았으나, 이날 140일 만에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b>성완종 리스트’ 이완구 전 총리 첫 공판</b>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현금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2일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centing@kyunghyang.com

성완종 리스트’ 이완구 전 총리 첫 공판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현금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2일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centing@kyunghyang.com

이 전 총리는 법정 모두진술에서 “모든 걸 떠나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그간 말을 아껴왔지만 오늘은 개인 이완구로서, 명예와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40년 공직자로서 심경을 말하려 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지금 돌아보면 검찰의 해외자원투자 수사에 맞물려 고인(성 전 회장)이 많은 정치인사들에게 구명운동을 했다”면서 “하지만 내 원칙적인 답변에 섭섭함을 느꼈을 것으로 짐작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타500’ 박스로 돈을 전달받았다는 의혹은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일각에서 ‘비타500’에 대한 거짓 인터뷰가 나가 많은 이들이 이를 사실로 믿게 됐고 패러디까지 등장했다”면서 “하지만 이는 애당초 존재하지 않은 사실이고 수사기록에도 해당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공개된 사무실에 문 두드리고 금품을 줬다는 사실을 누가 받아들이겠나”라고 말했다.

140일 만의 이완구 “진실 이기는 것 없다” 검찰, 성완종과 만남 뒷받침 카카오톡 공개

반면 검찰은 돈이 전달된 것으로 보이는 2013년 4월4일 성 전 회장과 이 전 총리가 실제 만났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당시 비서진이 모였던 카카오톡 대화방 내용, 성 전 회장의 일정표 등을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당일 오후 2시38분 비서 금모씨는 비서 남모씨에게 “이완구 지사 선거사무소에 연락해 ‘지금 내포청사에서 출발했고 오후 4시쯤 도착하실 예정’이라고 전달 바란다”고 말했다. 금씨는 또 “이 지사님 먼저 도착하신 후에 우리가 들어가야 한다”고도 했다. 3시51분에는 “지금 부여사무소 거의 도착했다”고 확인했으며, 5시8분 “서울로 출발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증인으로 나온 또 다른 비서 임모씨는 “선거사무실에서 볼일을 다 끝내고 출발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이 공개한 성 전 회장의 일정표에도 굵은 글씨로 ‘16:30 이완구/방문(유○○, 홍○○ 등)’이란 글귀와 함께 이 전 총리의 선거사무소 주소,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굵은 글씨는 성 전 회장이 실제 소화한 일정을 표기하는 비서진의 방식이다. 이 전 총리 측은 “일정표가 사실이라 해도 두 사람이 실제 만났다는 증거는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b>“죄송합니다”</b>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2일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죄송합니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2일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검찰은 두 사람의 만남을 뒷받침하는 보도자료가 있다며 이 전 총리 측에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이 전 총리의 도지사 시절 수행비서 신모씨가 성 전 회장의 자살 이후 검찰 조사를 앞두고 과거 상황을 정리한 문서를 근거로 삼았다. 여기엔 “보도자료로 제공한 문서에 의하면 선거기간 동안 (이 전 총리를) 방문한 국회의원은 25명”이라고 기록돼 있고, 성 전 회장의 이름도 적혀 있었다.

변호인 측은 “담당자에게 해당 보도자료를 찾아보게 했으나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전 총리는 이날 오후 1시45분쯤 법원에 출석했다. 그는 “진실을 이기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칩거하는 동안 무슨 생각을 했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여러 가지 생각도 많이 해보고 했다”고 말했다.

재판정에는 시작 20여분 전부터 이 전 총리를 격려하겠다며 방청객이 모여들었다. 30여명은 일어나 재판을 보기도 했다. 이 전 총리는 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입을 굳게 다문 표정으로 지켜봤으며, 검찰이 제시한 자료와 증인 진술이 나올 때는 적극적으로 변호인에게 질문을 요청하기도 했다. 피로한 듯 눈을 감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경향티비 배너
Today`s HOT
젖소 복장으로 시위하는 동물보호단체 회원 독일 고속도로에서 전복된 버스 아르헨티나 성모 기리는 종교 행렬 크로아티아에 전시된 초대형 부활절 달걀
훈련 지시하는 황선홍 임시 감독 불덩이 터지는 가자지구 라파
라마단 성월에 죽 나눠주는 봉사자들 코코넛 따는 원숭이 노동 착취 반대 시위
선박 충돌로 무너진 미국 볼티모어 다리 이스라엘 인질 석방 촉구하는 사람들 이강인·손흥민 합작골로 태국 3-0 완승 모스크바 테러 희생자 애도하는 시민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