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동개혁 핵심 사안인 일반해고지침과 취업규칙 변경 등을 중장기 과제로 돌리겠다는 중재안을 마련해 노동계를 노사정위원회에 복귀시키려는 카드로 쓰려는 모양이다. 지난 4월 노사정위를 깨고 나간 노총은 이 두 가지 사안이 제외되지 않으면 노사정위에 복귀하지 않겠다고 버텨 왔다. 마침 18일 노총 중앙집행위원회가 열리게 돼 있어 이미 이 중재안이 노동계에 전달됐다는 관측도 있다.

이건 곤란하다. 이렇게 노동개혁을 대충 한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국민담화에서 노동개혁을 제1개혁 과제로 강조한 이유는 무엇이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달 ‘표를 생각하지 않고 노동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한 말은 또 뭔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가로막고 있는 관행들을 뜯어고치겠다는 노동개혁에서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은 핵심 중의 핵심이다. 저성과자나 근무불량자들을 언제든 내보낼 수 있는 일반해고가 가능해야 기업들은 채용을 늘릴 수 있다. 취업규칙 변경은 근로자에게 불리한 사규를 도입할 때 근로자 동의를 받도록 한 기존 법규를 완화하자는 것인데 정년 연장 사업장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려면 반드시 필요하다. 이걸 빼고 어떻게 노동개혁을 얘기할 수 있나.

우리는 그동안 노동개혁의 대상인 노총이 노동개혁의 주체가 되는 모순적 구조의 문제를 매번 지적해왔다. 그런데도 정부는 노사정위에 노조를 포함시키지 못해 안달이다. 이런 노동개혁을 해봐야 노동시장은 달라질 것이 없다. 고용노동부의 고충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청와대와 여당에서 이미 다 된 것처럼 떠들고 있으니 시늉이라도 내보자는 것이다. 이러다 시간을 놓쳐 내년이 되면 총선에 걸려 노동개혁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올해 끝내보려다 이런 자충수까지 두게 되는 것일 터다.

정부는 더 이상 노조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독일 하르츠 개혁에서도 노사정위 같은 타협기구가 실패하자 철저히 정부 주도로 이끌었기에 성공한 것이다. 마감을 정하려면 차라리 날짜를 두고 그때까지 안 되면 정부 주도로 할 수밖에 없다고 노동계를 압박하는 것이 정공법이다. 노사정위는 수단일 뿐 목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