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난방·수도비 '허덕' 민간 후원 의존할 수밖에
▲ 연이은 한파로 시설 찾는 노숙인이 증가하는 가운데 지원 체계가 열악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8일 인천 최대 규모 노숙인 시설인 서구 은혜의집으로 시설 이용자가 들어가고 있다.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최근 한파가 지속되면서 시설을 찾는 노숙인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러나 지원 체계는 열악하다. 일부 노숙인 시설은 지원 받는 운영비 대부분을 난방·수도비로 쓰고 있어 민간 후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28일 인천지역 노숙인재활시설 '은혜의집'에 따르면 겨울철 들어 시설에 입소하는 노숙인은 하루 평균 2~3명이 늘었다. 노숙인 시설 특성상 입소와 퇴소가 반복되지만 추운 날씨에는 입소자 비율이 더 높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인천에는 7곳의 노숙인 시설이 있다. 재활과 자활, 요양시설 등 다양하지만 24시간 열려 있는 곳은 은혜의집이 유일하다. 규정만 준수하면 입소를 원하는 노숙인들이 언제든 드나들 수 있다. 지난해에는 노숙인 366명이 자진 입소했다.

지난 26일 오후 은혜의 집을 방문했을 때도 입소한 지 얼마 안 된 노숙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시설 지하에 있는 식당은 이른 시각부터 저녁을 먹으려는 노숙인들로 가득 찼다.

거리 생활을 한 지 10년째라는 김모(58)씨는 "지난해 여름쯤 은혜의집에 왔다가 술이 생각나서 밖으로 나갔었다"며 "요즘 날씨가 너무 추워서 도저히 길에서 지내기가 힘들어 다시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처럼 시설을 찾는 노숙인들이 늘다 보니 난방비와 수도비도 만만치 않다.

국가 지원 시설인 은혜의집은 매달 1680만원의 운영비를 받지만 겨울철이면 난방비로만 1100만원이 나간다. 가장 중요한 자활과 의료지원 등에 쓰이는 비용까지 지원금으로 충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은혜의집은 지난해 11월에는 시설 외부에 있는 컨테이너 형태의 일시보호소를 폐쇄했다. 2013년부터 민간에서 물품 등을 후원을 받고 있지만 이마저도 한계가 있다.

은혜의집 관계자는 "거리를 배회하다가 시설을 찾는 노숙인 외에도 복합장애와 가족과의 단절로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 받지 못해 오는 경우도 많다"며 "사회의 편견으로 사회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된 노숙인들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