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령비에 꽃 한 송이"…한인 피폭자의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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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6.05.20. 오후 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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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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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히로시마 원폭 사망자 가운데 1/5 정도인 3만 명은 한국인입니다. 식민 지배와 원폭 피해, 이중의 희생자인 한국인 피폭자는 모두 7만 명에 이릅니다. 히로시마 평화 공원 안에는 한국인 위령비가 세워져 있는데, 일본 정부 공식 위령비와 불과 200m 거리입니다. 다음 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히로시마를 방문하죠. 한국인 피폭자들은 어떤 심정일까요?

히로시마에서 최선호 특파원입니다.

<기자>

히로시마 평화공원에서 매일 열리는 원폭 체험자들의 강연회입니다.

[박남주/히로시마 한국인 피폭자 : 번쩍하는 빛과 함께, 불덩어리가 전차를 휘감았습니다.]

7만 명의 한국인 피폭자 가운데 한 명인 박남주 할머니입니다.

올해 83살인 박 할머니는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인 위령비에도 꼭 들러주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바마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위령비에도 헌화, 꽃 한 송이 (놓고) 손…손을 모아서. (우리 희망을) 전해 주셨으면. 전해주세요.]

식민지에서 태어났을 뿐, 전쟁에 아무 책임이 없는 한국인이 겪은 고통을 기억해 달라는 호소입니다.

한국인 피폭자들을 수십 년째 지원해 온 일본의 양심세력들도 같은 마음입니다.

[가토/한인 피폭자 도일 치료 위원회 : 자신의 의지에 반해 일본에 끌려와 피폭된 것입니다. 식민지배가 없었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겠죠.]

한국인 위령비가 처음 세워진 것은 1970년.

히로시마 평화공원 안으로 들어와 공식 추모시설이 되기까지 29년이 걸렸습니다.

이중의 희생자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는 수십 년간의 노력의 결과입니다.

일주일 뒤 오바마 미 대통령이 서게 될 이곳 히로시마 원폭 사망자 위령비에서 한국인 위령비는 불과 200m 떨어져 있습니다.

일본은 한국인 위령비 별도 참배에 부정적입니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헌화 이후 '짧은 투어'를 할 것이라고 했지만, 한국인 위령비 참배 여부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대니얼 러셀/美 국무부 차관보 : 수만 명의 일본인이 원폭 투하에 희생됐고, 수많은 한국인과 아시아인들 또한 희생됐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한국 원폭 피해자 단체는 오바마 방문에 맞춰 히로시마에 대표단을 보냅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인 위령비에 고개 숙일지, 그냥 지나칠지, 한미일 3국 간에 미묘한 외교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한철민, 영상편집 : 장현기)  

▶ 백악관 "오바마, 히로시마 평화공원서 헌화 후 짧은 투어"
▶ 오바마 "한국인 포함 모든 희생자 기릴 것"
 

최선호 기자(choish@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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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도쿄 특파원 정치,경제,사회,문화,스포츠 전 영역에서 애증의 한일관계를 냉정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려 노력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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