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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일부 유죄'에도 교육감직 유지하게 된 이유는

2차 의혹제기 유죄로 봤지만…'검증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
1차 의혹제기는 완전 무죄…"반대 가능성 열어두고 의혹 제기"

(서울=뉴스1) 김수완 기자 | 2015-09-04 17:33 송고 | 2015-09-04 17:49 최종수정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뒤 지지자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 2015.9.4/뉴스1 /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News1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뒤 지지자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 2015.9.4/뉴스1 /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News1

고승덕(58)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미국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던 조희연(59) 서울시교육감이 항소심에서 교육감직을 유지할 수 있는 형을 선고받았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벌금 500만원'이라는 당선 무효형을 선고했지만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는 벌금 25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야 당선 무효가 되는 법 규정을 감안하면  '일단은' 기사회생하게 된 셈이다.
항소심 재판부가 1심 재판부의 판단을 뒤집게 된 법적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조 교육감이 제기한 의혹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첫번째다. 또 두번째는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도 교육감직을 상실시킬 이유가 있는지 여부다.

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혐의 일부는 유죄로 봤지만 교육감직을 상실시킬 이유는 없다고 판단했다.
◇"'정당한 후보 검증과정'일 뿐 '무분별한 흑색선전' 아니다"

항소심 재판부가 직을 유지시키는 판결을 내린 가장 큰 이유는 의혹 제기가 정당한 후보 검증과정에서 이뤄졌다는 것이다.

즉 조 교육감의 의혹 제기는 선거법이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무분별한 의혹 제기'나 '일방적인 흑색선전'이 아니라고 봤다.

그 근거로는 ▲후보자간 공방을 통한 진실 발견을 위해 이뤄진 의혹 제기로 볼 수 있는 정황 ▲의혹을 제기하면서 단정적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영주권이 없을 수도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점 등을 제시했다.

또  의혹을 제기할만한 증거가 아예 없었던 것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조 교육감은 단순히 갖고 있는 증거의 신빙성 여부를 판단하면서 신중하지 못했고 증거의 질과 양을 과장되게 발표했을 뿐이라고 봤다.

의혹 제기가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 역시 직을 유지시킨 이유가 됐다.

재판부는 "조 교육감의 의혹 제기는 고 전 후보의 해명에 의해 의혹 제기후 48시간만에 더 이상 확산되지 않고 끝났다"며 의혹을 제기한 시점도 선거일로부터 멀었기 때문에 고 전 후보가 해명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고 봤다.

또 의혹 제기 직후 고 전 후보의 지지율이 오히려 상승하고 조 교육감의 지지율이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지적했다.

이밖에도 선거에 있어서 후보자 검증과정이 가지는 의미 등을 언급하면서 '의혹 제기'에 대한 처벌이 어디까지 가능한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의혹 제기에 대한 처벌의 폭을 넓힌다면) 의견을 내려고 하는 사람이 처벌을 걱정해 표현을 스스로 억제할 가능성이 높다"며 후보자에 대한 검증 과정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표현의 사실 공표가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된다고 평가하기 위해서는 허위, 시기, 상황, 취지 등을 모두 종합해 볼 때 '해명을 요구하는 것을 빙자했다'고 합리적 의심이 없을만큼 판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육감 선거에서 상대 후보 고승덕 변호사의 미국 영주권 보유 의혹을 제기해 기소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3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참석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자격 상실에 해당하는 벌금 700만원을 구형했다. 선고 결과는 오늘 밤 늦게 결정될 예정이다. 2015.4.23/뉴스1 / (서울=뉴스1) 손형주 기자 © News1
교육감 선거에서 상대 후보 고승덕 변호사의 미국 영주권 보유 의혹을 제기해 기소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3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참석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자격 상실에 해당하는 벌금 700만원을 구형했다. 선고 결과는 오늘 밤 늦게 결정될 예정이다. 2015.4.23/뉴스1 / (서울=뉴스1) 손형주 기자 © News1


◇1차 의혹제기는 '무죄'…2차 의혹제기는 '유죄'

항소심 재판부는 우선 조 교육감의 의혹 제기를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 하나는 '허위사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고 하나는 '허위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가 두 부분 모두 허위사실로 본 것과는 일부 다른 판단을 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가 1심과 달리 무죄로 본 부분은 2014년 5월 2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제기한 의혹, 즉 최초의 의혹 제기다.

당시 조 교육감측은 뉴스타파 최경영 기자의 트윗 등을 토대로 "고 후보는 자신과 두 자녀의 미 영주권 보유 문제를 사실대로 밝히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가진 뒤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1심 재판부는 이 부분에 대해 "'고 전 후보 미국 영주권 보유 의혹'은 증거에 의해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에 의견이 아니라 사실"이라며 "고 전 후보가 미국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방식으로 허위사실을 밝힌 것"이라고 판단했다.

즉 제보, 의혹 등의 표현을 사용했지만 표현에 불과할 뿐 '고 전 후보는 미국 영주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제보"  "의혹" 등 표현만으로도 '사실'이 아닌 '의혹 제기'에 해당한다며 애초에 허위사실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다.

즉 "미국 영주권 문제를 해명하라"는 표현만 봐도 고 전 후보가 미국 영주권을 보유한 것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을 전제로 한 뒤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대부분 언론사가 고 전 후보 미국 영주권 의혹을 보도하면서 "의혹"  "제보"  "해명 요구"라는 표현을 사용했기 때문에 유권자도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고 의혹 제기로 받아들였을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반대로 두번째 의혹 제기, 즉 기자회견 후 이뤄진 고 전 후보의 반론에 대해 조 교육감이 다시 인터넷에 게재한 반론은 허위사실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러나 이 부분에 있어서도 '사실'로 판단된 부분은 "고 전 후보가 미국 영주권을 갖고 있다"는 내용은 아니라고 봤다. "고 전 후보가 지인, 언론인들에게 '나는 미국 영주권이 있고 미국에 가서 살면 된다'고 말하고 다녔다"는 부분을 조 교육감이 공표한 '사실'로 판단됐다.

그러면서 해당 말을 전한 최 기자나 다른 여러 증인들의 말을 종합해볼 때 조 교육감이 그런 사실을 정확하게 확인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또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허위사실 공표의 고의도 있었다고 봤다.

◇"조 교육감 주장 달라져 배심원 판단과 달라질 수 있다"

한편 항소심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 판결을 뒤집은 이유에 대해서도 이례적일 만큼 상세하게 언급했다.

앞서 1심 재판에 참여한 배심원들은 만장일치 의견으로 '전부 유죄' 의견을 냈고 1심 재판부 역시 배심원들의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는 '사실을 공표'한 것인지 아니면 '의견을 표명'한 것인지만 쟁점이 됐다"며 '사실'이나 '의견'이 아닌 '의혹'의 존재 부분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심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즉 고 전 후보가 미국 영주권을 갖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만 심리가 이뤄졌을 뿐 고 전 후보의 미국 영주권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바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심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조 교육감측은 2심에서 새롭게 '의혹' 부분에 대한 주장을 했기 때문에 1심과는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조 교육감측의 새로운 주장에 대해 판단을 해야 한다"며 배심원 평결을 존중하더라도 1심과는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재판부는 주진우(42) 시사IN 기자와 김어준(47) 딴지그룹 대표 선거법 위반 사건에서는 배심원의 평결을 존중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주 기자와 김 대표에 대해서는 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만장일치 의견으로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항소심에서 원심 판단에 명백히 반대되는 증거나 사정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배심원의 평결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abilityk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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