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0대 투표하지 않고 쉬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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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성규 기자]

[2신 : 1일 오후 4시50분]

"사죄드립니다" 정동영 의장 노인정 잇따라 방문해 큰절

큰절로 사죄하는 정동영 의장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1일 오후 전남 장흥읍 동동리 경로당을 방문, 지난주 대구에서 60·70대 노인 투표 폄하 발언과 관련, 큰절로 사죄드리고 있다.
ⓒ 연합뉴스 양현택
정동영 의장은 전남 해남 방문 도중 당초 일정으로 잡혀있던 농민간담회를 취소하고 인근 노인정 2곳을 잇따라 방문, 자신의 실언에 대해 용서를 구했다.

오후 3시30분께 장흥 서부경로당을 방문한 정 의장은 먼저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에게 큰절을 올린 뒤 "20대, 30대 젊은 사람들이 너무 투표를 하지 않아서 젊은이들의 투표를 강조하다보니 어르신들께 실례를 범하는 얘기를 했다"며 사죄했다.

곧 이어 장흥 수성당 경로당을 찾아 큰절을 올린 정 의장은 "정치는 말이 참 중요한데 내가 이번에 어르신들께 잘못을 하나 한 것 같다"면서 거듭 용서를 구하기도 했다.

다음은 장흥 서부경로당을 방문했을 당시 정동영 의장의 발언.

"일주일전 대구에 갔었는데 행사가 끝나고 대학생 3명과 얘기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20대, 30대 젊은 사람들이 너무 투표를 하지 않아서 젊은이들의 투표를 강조하다 보니 어르신들께 실례를 범하는 얘기를 했습니다.

저도 83세의 노모를 모시고 사는데 어찌 어르신들을 공경하지 않겠습니까. 20대, 30대가 너무 투표에 무관심해서 투표하라고 강조하다보니 말실수를 했습니다. 널리 용서해 주십시오.

우리 아버지, 어머니 세대가 먹을 것 안 먹고 입을 것 안 입고 허리띠 졸라매서 땀흘리고 고생하신 보람으로 이만큼 먹고 살게 되었습니다. 노인을 대접하고 공경하는 것이 아들 딸 개인의 몫일뿐만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효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젊은이들의 투표를 강조하다가 어르신들은 투표를 안 하셔도 된다고 했는데 사죄드립니다. 개인적인 말이라 대학생들 몇 명에게 편하게 말한 것이 TV에 나갔습니다. 어르신들께 기분나쁘게 해드려 여기 경로당에 와서 사죄드리는 것입니다."

한나라당, 박근혜-정동영 대비시켜

한나라당은 정동영 의장의 발언을 박근혜 대표의 발언과 대비시키며 이슈화를 시도하고 있다.

은진수 대변인은 1일 "세대갈등과 이념갈등으로 나라가 갈려 있는 상황에서 국민통합을 위해 노력해야 할 여당 대표가 당리당략으로 세대갈등을 부추기는 발언을 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지난 2월 9일 박근혜 대표가 의원총회에서 했던 발언을 소개했다.

"많은 대학생들이 고향을 떠나 다른 곳에서 유학중인데 반드시 고향에 가서 투표해야 한다면 학생들이 투표를 기권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더 많은 국민들이 편리하게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정당의 도리다. 그런 일에 한나라당이 앞장선다면 비록 잠시 우리한테 피해가 된다 해도 그렇게 바른 일을 하다가 선거에 지면 그건 자랑스러운 일이다. 우리 스스로도 떳떳하고 국민에게 떳떳하고 역사발전에 떳떳하기 때문이다."

은 대변인은 박 대표의 발언을 소개한 후 "과연 누가 진정 나라를 위하고 국민통합을 위하는 사람인가"라며 "정 의장은 반성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박 대표는 1일 오후 부산시당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 의장 발언에 대한 질문을 받고 "어떻게 그런 발언을 하게 됐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나는 19세에게도 투표권을 주고 부재자 투표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을 한나라당이 챙기자고 이야기해왔다"고 자신과 정 의장을 대비시켰다. / 구영식 기자

[기사 수정 : 1일 오후 4시20분]

"60~70대 투표하지 않고 쉬어도 된다" 정동영 의장 발언 논란

정동영 의장이 최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20∼30대 젊은층의 투표참여를 독려하는 발언을 하는 와중에 "60~70대 이상은 투표하지 않아도 괜찮다, 집에서 쉬셔도 된다"고 말해 파문이 일고 있다.

정 의장은 지난 26일 <국민일보> 인터넷 VJ기자단 인터뷰에서 "최근에 변화가 왔다, 촛불집회의 중심에 젊은이들이 있다, 이제는 20∼30대의 무대"라면서 "그런 의미에서 한 걸음만 더 나아가 생각해 보면 60대 이상 70대 이상은 투표하지 않아도 괜찮다"며 노인층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

이어 정 의장은 "그 분들이 미래를 결정해 놓을 필요는 없다"고 노인층의 보수적 투표경향에 우려를 표시한 뒤 "그분들은 어쩌면 곧 무대에서 퇴장할 분이다, 집에서 쉬셔도 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정동영 의장의 당시 발언 전문이다.

"최근에 변화가 왔다. 촛불집회의 중심에 젊은이들이 있다. 이제는 20~30대의 무대다. 그런 의미에서 한 걸음만 더 나아가 생각해보면 60 이상, 70 이상은 투표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 분들은 어쩌면 미래를 결정해 놓을 필요는 없다. 그분들은 어쩌면 곧 무대에서 퇴장할 분이다. 집에서 쉬셔도 되고, 20대 30대는 지금 뭔가 결정하면 미래를 결정하는데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다.

정 의장의 이날 발언은 노년층 유권자들의 강한 반발을 살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 의장에 찾아가 항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노인단체도 나오고 있다. 일부 당직자는 지지율 하락을 걱정하면서 "총선 가도에 큰 영향을 미쳐서는 안되는데"라며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같은 정 의장의 발언이 동영상을 통해 알려지자 열린우리당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당원들의 비난성 게시글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아이디가 '심부름꾼'인 한 네티즌은 "어디 경로당 찾아가서 회견중 실수했다고 큰절을 올리라"며 즉각적인 사과를 촉구했고, 'mlord'라는 아이디의 한 네티즌은 "정의장은 무조건 국민앞에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jcm8434'라는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은 "거만하게 혼자 앉아서 부대변인 같은 사람 내보내서 거만한 행동하지 말고, 본인이 아니면 '아니다'라고 확실하게 하던지, 아니면 분명하게 잘못했다고 사과하라"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정동영 의장, 수석 부대변인 통해 사과

이에 대해 전남 해남을 방문 중인 정동영 의장은 "나의 언급으로 인해 오해가 있었고 불편함이 있었다면 깊이 사죄를 드린다"며 즉각 진화에 나섰다. 그는 이평수 수석부대변인을 통해 이같이 밝힌 뒤 "거듭 밝히지만 인터넷 기자들의 질문에 젊은 20∼30대를 격려하는 차원에서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다음은 정동영 의장의 해명 전문.

"지난 26일 대구에서 인터넷 VJ팀 인터뷰에서 나온 60대 이상 유권자 발언에 대해 발언의 진의는, 우리나라의 20대·30대는 정치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정작 투표일에는 투표를 하지 않는다, 마침 젊은 인터넷 기자들의 질문이 있자, 젊은 층의 투표를 독려하는 차원에서 한 얘기이다. 나의 언급으로 인해 오해가 있었고 불편함이 있었다면 깊이 사죄를 드린다. 거듭 밝히지만 인터넷 기자들의 질문에 젊은 20~30대를 격려하는 차원에서 한 말이다."

한나라·민주 맹비난 "과연 부모님께도 이런식으로 말하는가"

야당의 비난 논평도 이어지고 있다.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명색이 여당의 의장이라는 사람이 이렇게 세대간의 갈등을 부추겨도 되는 일이냐"고 비판했다.

전 대변인은 "노년층에 대한 단순한 경시를 넘어 우리의 살아있는 역사, 살아있는 증인, 살아있는 공헌자들에 대한 결례이며 모독이라고 생각한다"고 "과연 정동영 의장이 자신의 부모님께도 이런식으로 말씀하시는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의 공식논평은 한층 격렬했다. 김영창 민주당 부대변인은 "국민의 기본권 행사까지도 제약하는 천인공노할 언행"이라며 "(우리당이) 지지율이 좀 오른다고 해서 제왕적 행태를 보이더니, 이제는 60대 이상의 국민은 사람취급조자 하지 않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 부대변인은 "정 의장의 시각이라면 어떻게 학교에서 노인을 공경하라고 가르칠 수 있겠는가, 노인은 퇴장할 사람이므로 존경할 필요도 가치도 없다는 말에 다름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성규 기자 (dangun76@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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