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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제1야당 통합의 책임을 진 쪽은 문재인이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혁신 전당대회’ 제안을 재차 거부했다. 문 대표는 어제 중견언론인모임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총선을 앞둔 지금 서로 대결하고 분열하는 전당대회를 선택하는 것은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다. 안 전 대표의 탈당 가능성에 대해선 “공동창업주로서 탈당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새정치연합 내 비주류에선 주승용 최고위원이 당직 사퇴를 선언하고 최재천 정책위의장도 사퇴를 검토하는 등 반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새정치연합 내분이 정면충돌을 넘어 파국을 향해 치닫는 형국이다.

문 대표는 안 전 대표를 향해 “전당대회에서 경쟁으로 끝을 내자는 제안이라면 결단코 받아들일 수 없다. 대결하자고 하면, 대표 권한으로 어떤 상처를 받더라도 끝까지 뚝심 있게 걸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 제안을 두고는 “(제 입장에선) 자존심이 상했지만, (기득권을) 크게 내려놓겠다는 것이었다”며 “(안 전 대표가) 마땅치 않다면 또 다른 방법으로라도 협력 방안을 제시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정의당이나 천정배(신당) 세력과 통합하는 전대가 될 수 있다면 대표직을 내려놓을 수 있다”며 야권 전체가 뭉치는 ‘빅 텐트’론에 대해선 긍정적 입장을 표명했다.

문·안 갈등의 시발은 2012년 대선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양측은 충돌을 거듭했다. 결국 안 전 대표가 일방적으로 후보 사퇴를 선언했으나 ‘감동 없는 단일화’의 효과는 미미했다. 두 사람 모두 승자가 되는 상생의 게임에 이르지 못한 까닭이다. 결론은 모두가 알다시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대선 이후에도 해소되기는커녕 켜켜이 쌓여온 문·안간 감정대립은 3년 만에 비등점에 이르고 말았다. 이제는 두 사람이 ‘루비콘 강’을 건너고 있는 것 같다.

문 대표는 내년 총선과 관련해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은 반드시 막아야겠다는 게 1차 목표”라고 밝혔다. 지지자들의 바람이기도 할 것이다. 실현 가능한 목표인지 묻고 싶다. 새정치연합의 유력 대선주자 3인 중 한 명은 다른 길을 가고, 또 다른 한 명은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운신의 폭이 좁은 상황이다. 최고위원 2석이 공석이 되고 주요 당직자들이 잇따라 사퇴를 시사하면서 지도부가 와해 위기에 처했다. 이런 환경에서 문 대표 홀로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을 저지할 수 있겠는가. 수개월 동안 자기편끼리 싸우는 정당에 기꺼이 표를 줄 주권자가 얼마나 되겠는가.

문 대표가 총선 승리를 원한다면, 아니 최소한 패배를 바라지 않는다면 새정치연합의 모든 역량을 끌어모아야 한다.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 전 대통령은 생각이 전혀 다른 재벌 2세 정몽준 의원과도 손을 잡았다. 지지층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였다. 그것이 정치다.

문 대표는 안 전 대표를 포함해 야권의 모든 자원을 포용하지 않고는 총선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안 전 대표가 요구해온 ‘혁신 전당대회’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이에 버금가는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안 전 대표가 다시 함께할 수 있는 출구를 열어줘야 한다. 필요하다면 대표직도 내놓을 수 있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야당이 사분오열한 채로 내년 총선을 치른다면 결과는 명약관화하다. 일각에선 새정치연합이 ‘바닥을 치면 올라올 일만 남는다’고 말한다. 내년 총선에서 지면 2017년 대선에서 정신을 차릴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호사가들의 입방아일 뿐이다. 새정치연합이 총선에서 참패하고 개헌선(200석 이상)을 새누리당에 헌납하고 나면, 다음 대선은 아예 치러지지 않을 수도 있다. 이미 새누리당 내 친박근혜계에서는 공개적으로 개헌론, 그것도 이원집정부제를 들먹이고 있다. 문 대표는 자신의 실패가 ‘개인 문재인’의 실패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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