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大國자처하는 중국의 ‘사드 반대’ 겁박, 도를 넘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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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3일 노동미사일 도발에 대해 중국 외교부가 어제 “모든 당사자는 이 지역의 긴장을 높이거나 서로를 도발하는 행위를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 등을 들어 북한을 비판했던 이전과 달리 북에 대해선 어떤 지적도 하지 않았다.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까지 침범한 북한 김정은의 도발을 놓고 ‘모든 당사자’의 자제를 촉구하는 중국은 과연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 국가인지 깊은 의구심이 생긴다. 북핵·미사일 위협에 안보주권 차원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를 결정한 한국 대통령을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가 실명 비판한 점을 용납할 수 없는 것도 중국의 본질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

런민일보는 3일 사설에서 “한국의 정책결정자는 독단적으로 자국의 안위와 미국의 사드를 한데 묶어 역내 안정이 깨지는 것은 염두에 두지 않아 주변 대국의 안보 이익에 손해를 끼쳤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격하게 하락했다”고 사실상 박 대통령을 비판했다. 런민일보는 공산당의 공식 입장을 대변한다. 중국이 북의 핵·미사일 도발에 지역 안정이 깨지는 사실은 외면한 채 방어 수단인 사드를 문제 삼는 것은 본말을 뒤집은 무책임한 행태다. 그러면서도 “만약 충돌이 발발한다면 한국은 가장 먼저 공격 목표가 될 것”이라니, 주변국을 위협하는 선전포고를 연상케 한다.

중국이 사드 반대 여론을 자극해 사드 배치를 철회시키려 애쓰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사드는 구실일 뿐, 중국의 진의는 한미일 3각 안보협력 구도에서 가장 고리가 약한 한국을 떼어 내 한미 동맹을 약화시키려는 데 있다. “인근 국가와의 우호 관계만이 한국이 안전을 보장받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중국의 엄포는 한국에 조공국 노릇을 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겁박에 한국이 사드 배치를 철회한다면 중국은 한미 동맹을 흔들 수 있다고 판단할 것이고, 다음엔 주한미군 철수 등 더 난감한 요구를 할 수도 있다.

이미 중국은 한국인 상용 복수비자 발급 절차를 까다롭게 하고 한류 스타들의 공연과 TV출연 등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에 우리 외교부가 “중앙정부 지침이 있는 게 아니고 지방정부 또는 민간업체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마사지’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할 능력도, 부당한 처사에 맞설 의지도 없다는 소리로 들린다. 외교부가 런민일보의 보도에 대해서만 “일방적 주장을 하는 것은 유감”이라고 밝힌 것도 중국 눈치만 보는 티가 역력하다. 당당하게 항의하기는커녕 알아서 기는 한국 외교를 중국이 존중할 리 만무하다.

중국은 한국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나라지만 한국 역시 중국엔 네 번째로 큰 수출 시장이다. 중국이 한국에 경제 보복을 하면 중국도 동반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만큼 양국 경제는 상호의존적이다. 중국이 우리를 손보려 한다면 중국 역시 잃는 것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이 나라가 모를 리 없다.

한미 동맹은 양국이 안보 면에서 운명을 같이하겠다는 굳은 다짐이다. 오늘 북이 다시 남침한다면 한국을 위해 기꺼이 피를 흘릴 나라는 미국이다. 사드 배치 결정을 번복한다면 한미 동맹을 끝내고 중국의 속국이 되겠다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중국의 ‘떠보기’에 무릎 꿇어선 안 된다. 중국이 대한민국을 위해 단 한 방울의 피라도 흘릴 것 같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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