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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삼일절 회군’… 총선 판도 바꿀 묘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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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삼일절 회군’… 총선 판도 바꿀 묘수 될까

입력
2016.03.0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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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심야까지 비대위, 의총 5회

“필리버스터 중단을” “계속해야”

지도부-의원들 의견 종일 엇갈려

자정 돼서야 비대위서 중단 결정

테러법 다음 국회서 막기 힘들고

“선거구 획정안 발목” 비난에 부담

총선 앞두고 명분, 실리 손해 판단

경제 대신 이념 프레임 우려도 작용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국회의사당 돔이 전날 내린 눈으로 덮여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국회의사당 돔이 전날 내린 눈으로 덮여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의 삼일절 회군.’ 정치권은 9일만의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중단을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에 빗대며 그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3일 오후7시7분 정의화 국회의장이 테러방지법을 직권 상정한 직후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새로운 참여정치에 대한 여론의 호응 속에 필리버스터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10일까지 계속될 예정이었다. 브레이크를 건 이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였다. 결정은 지난달 29일 한 밤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앞서 같은 날 낮에 열린 더민주 의원총회에선 참석자 대부분이 “필리버스터를 계속 이어가자”고 뜻을 모았다. 여론의 지지도 계속되고 있던 터였다. 필리버스터 정국을 주도한 이종걸 원내대표는 중단을 원하는 김대표를 비롯한 비대위 지도부를 설득 키로 했다. 하지만 오후 7시에 열린 비대위 회의는 쉽게 끝나지 않았다. 김 대표는 늦은 시간까지 자리를 지키며 오히려 이 원내대표에게 의원들을 상대로 중단 설득 하도록 압박했다. 하지만 재개된 의원총회에서는 강행을 재결정하며 맞섰다. 이에 심야에 모인 비대위 위원들도 물러서지 않고, 이 원내대표 앞에서 필리버스터 중단이란 통보를 전달했다.

이날 아침 비대위(필리버스터 중단)를 시작으로 오후 의총(유지)→저녁 비대위(중단)→밤 의총(유지)→심야 비대위(중단)까지 5번 논의 끝에 나온 결론이었다. 자정이 다 된 시각, 갑자기 필리버스터 중단을 통보 받은 더민주 의원들은 ‘현실로 회군하는 김종인의 선택’을 다시 실감해야 했다.

김 대표는 며칠 전만 해도 필리버스터를 “야당이 법안의 문제점을 알릴 최후의 수단”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하지만 43일 앞으로 다가온 4ㆍ13 총선 판세가 필리버스터에 대한 긍정론과 연결되지 않는 게 고민이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여론만 보면 지지의견이 대세지만 일반 유권자들은 필리버스터에 피로감을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 대표도 1일 심야 의총에서 “강경파에게 끌려만 가서는 선거에서 표 얻기 힘들다”고 잘라 말했다.‘삼일절 회군’을 하지 않으면 실리와 명분에서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란 비대위원들의 판단까지 가세했다. 한 비대위원은 “총선에선 당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도 중요하나 표의 확장을 위한 실용적 접근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사실 이번 임시국회 회기(10일)까지 필리버스터를 이어가도 추가 임시국회 일정이 잡히면 곧바로 테러방지법은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된다. 새누리당 협조 없이는 필리버스터가 테러방지법 문제점을 더 알리는 것 이상의 성과를 얻기 어렵다. 더구나 선거구 획정안을 담은 선거법 개정안이 상임위원회까지 통과한 마당에 본회의 처리가 5일까지 안 되면 해외 유학생을 비롯해 15만 명의 재외국민이 투표를 할 수 없게 된다.

김 대표의 ‘삼일절 회군’에는 총선 프레임(선거구도)도 맞물려 있다. 필리버스터를 계속하면 총선 프레임은 박근혜 정부에 대한 경제심판이 아닌 이념논쟁으로 흘러가게 된다. 김 대표는 지난달 29일 비대위 회의에서 “여기서 더 하면 선거가 이념논쟁으로 간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실정을 이야기할 수 없다”며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노리는 게 바로 그것”이라고 이 원내대표를 설득했다. 정부, 여당이 미리 쳐 놓은 프레임에 끌려 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고령층이 많은 연령효과, 표의 집결도 등의 면에서 이념논쟁은 야당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았다. 이미 야당은 여당과 정부가 미리 설정한 국회심판론, 야당심판론으로 고전했다. 김 대표는 “경제문제로 프레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김 대표는 개성공단 가동 중단, 햇볕정책, 위안부 합의 등에 대해서도 기존의 야권과는 결이 다른 발언을 해왔다.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난보다 더 강한 프레임은 없고, 이를 정권 심판론으로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김종인(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남동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쉼터 평화의 우리집에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손잡는 정의기억재단 설립추진위원회에 설립기금 1억원을 전달하고 있다. 뉴스1
김종인(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남동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쉼터 평화의 우리집에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손잡는 정의기억재단 설립추진위원회에 설립기금 1억원을 전달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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