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진단] 도시공사, 채무비율 치솟자 '외투기업 무분별 유치'
대출 보증선 뒤 토지대금 받아오던 '비정상적 계약'
현재 '자체사업으로 전환' 구조 개선·투자 기틀 마련
▲ 인천도시공사는 지난 10여년간 미단시티 사업을 벌이며 외국인 투자자와 맺은 계약이나 협약 대부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과정이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미단시티 개발을 정상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단시티 개발의 앵커시설이 될 카지노 기반 복합리조트 개발이 착착 진행 중이다. 사진은 미단시티 카지노 복합리조트 현장. /사진제공=인천도시공사
영종 미단시티가 잇단 외국인 투자유치 실패로 몸살을 앓고 있다. 외국인 투자에 대한 강박증이 무분별한 투자유치로 이어져 화를 불렀다는 지적과 함께 검증시스템을 제대로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천도시공사가 미단시티를 직접 개발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된 만큼 외국인 투자유치 실패사례를 통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허허벌판 미단시티 어떤 일 있었나?
2003년 송도국제도시 개발에 따른 군부대 이전으로 시작된 미단시티 조성사업은 2005년 개발이 본격화됐지만 13년이 지난 현재까지 제대로된 외국인 투자유치는 단 1건에 불과한 실정이다.
2011년 12월 1단계 완성에도 일부 이주단지와 블록형 단독주택단지를 제외하고는 모두 나대지 상태다. 비슷한 시기 개발한 시작한 송도국제도시와 비교하면 '섬'이라는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처참한 성적표라 할 수 있다.
미단시티는 세계적 시설인 인천국제공항을 배후로 환승객 등 해외 관광객을 적극 유치하기 위해 카지노를 기반으로 호텔, 컨벤션, 쇼핑 등의 시설을 갖춘 복합리조트를 축으로 한 271만㎡ 규모의 종합휴양 복합리조트 글로벌 융합도시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카지노 사업이 여러 규제로 제때 시작하지 못했고 사업주체인 인천도시공사도 영종, 도화, 검단 등 대형개발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외부 차입금에 의존한 탓에 한때 채무비율이 369%까지 치솟으면서 투자의 바탕이 될 '앵커'이자 '마중물'로 외국인 투자유치에 급급할 수밖에 없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도시공사는 중국 투자자로 알려진 랑룬과 지난 4년간 무려 4차례나 투자유치 시도와 실패를 반복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공사와 랑룬의 질긴 악연은 2014년부터다. 당시 랑룬과 미단시티 토지매매와 관련해 처음으로 업무협약(MOU)를 체결하면서 기업조사업체를 통해 해당 업체에 대한 자료를 찾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여기서 끝내야 했다.
랑룬은 미단시티 내 카회노 사업을 추진한다 하면서 주변 토지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았다. 유명무실한 이행보증금 일부만 입금한 뒤 차일피일 시간을 끌고 조건을 바꾸었다. 도시공사가 계약이행을 명확히 하자 랑룬은 대신 인천경제청을 공략했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싱가포르에서 이뤄진 토지매매계약은 랑룬이 여러 차례 계약금 납입날짜를 지키지 않으면서 결국 실패로 끝났다.


▲리포 선례 있었지만 교훈 얻지 못했다
인천도시공사는 외국인 투자자 리포와 유사한 형태의 사업을 펴다 실패한 경험이 있었다. 실패한 사업에서도 교훈을 얻지 못했던 것이다.
공사는 2006년 선진화된 자금조달 기법을 통한 사업비 조달과 부동산개발 경험이 풍부한 해외 투자자 유치에 나섰다. 국제공모를 통해 리포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이듬해 3월 외국인 투자자와 민간, 공사가 주주로 포함된 자본금 718억원의 리포인천개발㈜가 설립된다.
리포가 자본금 일부만 대고 감정가 1조2000억원대 땅을 공사로부터 구매하면서 공사의 보증으로 국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일으켜 토지대금을 공사에 주는, 이해하기 힘든 사업구조가 이뤄진 것이다.
2011년까지 모든 토지를 매각하겠다는 리포의 계획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부지 매각이 원활이 이뤄지지 않게 되면서 대출금 상환에 쫓기게 된다. 리포인천개발을 승계한 미단시티개발㈜는 자력으로 원금 일부도 상환하지 못하는 상황에 몰리자 공사는 토지대금 반환확약서 연장 확약, 즉 사실상의 보증을 서고 부도위기를 모면하게 된다.
이렇게 공사는 2007년 토지공급계약 체결, 2011년 12월 1차 리파이낸싱을 위해 대주단이 리포에 요구한 374억 증자를 리포가 거부하자 174억을 대신 증자하고 반환확약서 연장을 제공해 공사의 책임으로 리파이낸싱을 마무리한다.
이 과정에서 공사는 대표이사 지명권을 리포로부터 받았지만 여전히 이사회 구성은 2대 4였고, 지분율은 27%로 경영권 장악에 실패한다.
특히 2015년 리파이낸싱 시 조건부 2년 대출을 실행했으나, 대주단이 1년 경과 후 1560억원의 상환을 요구하자 공사는 미단시티개발에 조성원가로 매각한 토지를 감정가에 준하는 가격으로 되사오며 부도를 막아주었다. 이렇게 리포를 비롯한 주주사는 미단시티개발의 수익권을 향유하면서도 자금조달에는 책임지지 않는 비정상적인 구조가 반복됐다. 공사가 토지대금반환확약을 연장해 주며 끌려 갔던 것은 부도를 방치할 경우 공사가 받았던 토지대금을 채권단에 반환해야 했고 이 경우 공사의 부채비율이 상승하게 돼 결국 공사의 재정위기를 초래하기 때문이었다.


▲비정상의 정상화 … 위기를 기회로
리포&시저스 컨소시엄이 자본금 500억원, 총사업비 2조2000억원의 카지노복합리조트 사업계획이 문화관광부로부터 2014년 3월 승인을 받음에 따라 미단시티 회생의 기회를 맞게 된다.
그러나 군부대 고도제한 문제로 사업이 1년 지연되는 동안 미단시티개발㈜는 사업을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공사의 보증과 원금상환으로 버티던 미단시티 개발도 궤도에 오르지 못한다. 2016년 6월 지방공기업법이 개정됨에 따라 더 이상 확약서 제공, 즉 공사가 부채를 책임지겠다는 보증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리면서 2017년 9월 공사는 3372억원을 채권단에 반환하고 미단시티개발㈜와 토지공급계약 해제를 통지하게 된다. 앞으로 미단시티는 리포의 풋옵션 행사가 예상됨에 따라 국제중제 등 법적 분쟁이 예상되나 이는 비정상적인 계약구조가 정상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미단시티를 둘러싼 도시공사의 지난 10여년간 행보는 보증을 서주며 토지대금을 받아오던 비정상적인 구조였고 외국인 투자자와 맺은 계약이나 협약 대부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과정의 연속이었다는 점은 공사 스스로 인정하는 점이다.
김준우 인천대 교수는 "인천시장이 바뀔 때마다 시 산하 공기업 임원진도 따라 바뀌다 보니 사업의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구조적 문제 외에도 수조원대의 대규모 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전문성을 키우지 못한 공사 내 구조적 문제도 심각한 상태"라며 "현재의 미단시티는 지난해 공사와 미단시티개발㈜ 간 토지공급계약 해제로 비정상적인 사업구조가 개선되고, 공사 자체사업으로 완전히 전환돼 국내·외 잠재적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공사 관계자는 "최근 카지노 복합리조트가 착공돼 사업성 개선 기반을 확고히 했을 뿐만 아니라 도시공사의 대외 신인도와 개발 노하우를 바탕으로 자체 매각이 가능해져 추가 수익 확보가 기대되는 상황"이라며 "과거의 위기를 기회로 연착륙할 수 있도록 직면한 기회요인을 발판삼아 새로운 도약을 이루기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김칭우 기자 ching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