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교계 비리의 상징 서의현의 복권 정당한가

1994년 조계종단 개혁 때 멸빈(영구 승적박탈) 조치를 받은 서의현 전 총무원장의 승적을 회복시킨 조계종 호계원(종단 법원)의 재심판결을 둘러싼 반발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94년 당시 종단개혁을 주도한 청화·명진·현응 등 스님 14명은 “멸빈을 공권정지 3년으로 감형한 재심재판은 절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재가불교단체 14곳은 비상대책회의까지 출범해서 서명운동을 시작했으며, 재가자 72명도 성명을 발표했다. 심지어 종단의 행정업무를 맡고 있는 종무원 조합 소속 직원 130여 명까지 모임을 열어 공명정대한 처리를 집행부에 요청하는 사태로까지 번졌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18일 재심을 맡은 호계원이 ‘21년 전 멸빈 통보를 받지 못한 것은 징계절차상의 하자’라는 서 전 총무원장의 재심청구를 받아들이면서 시작됐다. 재심판결은 조계종 내부에서조차 논란을 불렀다. 호계원이 멸빈자의 사면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든 조계종 종헌 128호의 단서조항을 피하려고 ‘징계절차의 하자’로 우회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번 서 전 총무원장의 복권문제로 부각된 화두는 바로 ‘94년 불교개혁의 정신’이다. 당시 불교계는 인사와 재정을 쥐락펴락하면서 비리의 원천으로 지목된 서의현 총무원장 체제를 종식시켰다. 개혁성향의 스님들과 386세대의 재가불자 등이 조계종 최초의 ‘밑으로부터의 혁명’을 한 것이다. 그런데 그 구시대의 상징인물이 21년 만에 승적을 회복한다니 불교계가 한목소리로 ‘개혁정신의 상실’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서 전 총무원장의 멸빈은 3000여 명의 스님들이 모인 전국승려대회에서 결정된 사항이었다. 많은 승려들이 참여해서 자유토론을 거쳐 결정된 징계를 별다른 공론화 과정이나 종법 개정과 같은 절차 없이 사실상 사면한 것이다. 졸속 감형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운 대목이다.

불교계는 이번 사태를 다룰 토론회에 이어 교구본사와 중앙종회, 그리고 출가·재가자 및 시민단체 추천인 등 100여 명이 참석하는 대중공사를 잇달아 개최할 예정이다. 특히 대중공사 때는 사부대중이 모이는 만큼 폭넓은 토론과 함께 철저한 조사를 통해 종단 차원의 적절한 대책이 나올 것을 기대해본다. 이번 기회에 핵심 화두로 떠오른 ‘개혁정신의 계승’이 이뤄진다면 되레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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