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 주재 ‘무투회의’ 열고도 무역·투자 줄어드는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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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어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제9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어 서울 양재·우면 일대를 ‘기업 R&D 집적단지’로 조성하는 등의 투자활성화대책을 내놓았다. 내년 하반기부터 일반인이 숙박료를 받고 최대 120일간 자기 집을 관광객에게 에어비앤비(Airbnb)처럼 빌려줄 수 있도록 숙박업법을 제정키로 했다. ‘공유경제’ 모델을 근간으로 한 서비스업을 육성해 성장의 한계에 부딪힌 기존 산업구조를 재편하려는 취지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신산업과 관련해 모든 규제를 물에 빠뜨려놓고 꼭 살릴 규제만 살려두도록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안 되는 것 빼고 다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취지는 좋지만 회의 때마다 규제완화를 한 보따리씩 쏟아내고도 정작 성과가 미진했던 점을 감안하면 당장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렵다.

업계에서 ‘무투회의’라고 줄여 부르는 이 회의는 2013년 5월 1일 첫 회의 이후 이번이 9번째다. 이 속에서 나온 투자활성화대책을 포함해 기획재정부가 최근 3년 동안 내놓은 굵직한 투자대책만 40개가 넘는다. 경제정책방향, 대통령 업무보고, 각종 이슈별 대응방안, 규제개혁방안 등이 백화점식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도 지난해 교역액은 2013년보다 1000억 달러 이상 줄었고, 국내 기계 수주액은 2014년에 다소 늘다 작년 다시 감소했다. 작년까지 8차례 무투회의에서 프로젝트성 규제 31개를 풀어 54조 원어치의 투자를 유도했다는 정부의 자화자찬이 무색할 지경이다.

지난달 청년 실업률은 9.5%로 1월 기준으로 16년 만에 가장 높았다. 근본적인 청년고용대책은 기업에 활기가 돌도록 하는 것이다. 기업 연구개발(R&D) 투자와 함께 설비투자를 동시에 촉진하려면 수도권 공장 신·증설도 허용하는 본질적 규제 혁파를 해야 한다. 한국식 에어비앤비도 서울 홍익대 앞은 외국인 상대 에어비앤비 천지인데 부산 강원 제주 지역에만 시범 실시한다는 것은 변죽만 울리는 일이다. 경제활동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있고, 수도권에 기업 투자 수요가 가장 많은 점을 감안하면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 같은 정공법을 외면한 무투회의는 1970년대식 ‘대통령 앞 보고 행사’일 뿐이다.
#무투회의#실업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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