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이주' 에디슨박물관 전철 밟아 … 경북 의성행
시, 지원부서조차 혼동 … '문화정책 구멍' 비난여론
부천의 족보전문도서관이 늦어도 내년 초 경북 의성군으로 이주할 것으로 보여 충격을 주고 있다.
2003년 에디슨 박물관의 강릉이주에 이어 2번째 부천을 떠나 파장이 클 전망이다.
더욱이 부천시가 민간 박물관 운영과 관련 지원부서가 혼선을 빚기까지 해 문화정책의 허구를 드러내고 있다.

의성군은 지난달 지역내 폐교한 단일중학교 부지에 20억원을 투입해 3만5000권의 족보도서관을 건립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의성군은 족보자료로 부천족보전문고서관 관장인 김원준씨로부터 자료를 위임받았다고 공식 언급했다. 3만5000권의 족보는 부천족보전문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실제 부수다.
떠나는 족보전문도서관 관장은 2014년 10월 부천탄생 100주년을 맞아 부천시가 부천 10인에 선정하기까지 해 부천이 뽑은 인물을 스스로 사후관리조차 하지 않은 꼴이다.

특히 이 도서관은 2006년 경기도로부터 가볼만한 이색적인 전문도서관의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부천시 발행 '생생부천' 2016년 6월1일자에 '족보분야에서 국내 두 번째 규모를 자랑하는 부천족보전문도서관'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날 오전 부천시 교육사업단 관계자는 "우리는 과 단위 도서관만 관리하지 해당업무는 알지 못한다"며 "그런 도서관도 있는가"라고 되묻기까지 했다.

교육사업단은 상동도서관에 도서관 정책팀을, 원미도서관에 도서관 지원팀을 두고 있는데 이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팀은 도서관에 배치돼 각각 4개 시 지원도서관만을 담당한다"고 했다.
그랬던 이 관계자는 곧이어 "민간 박물관의 경우 자료봉사팀에서 업무를 담당한다"고 발언을 정정했다.
민간박물관 업무는 원미도서관 자료봉사팀 소관이라는 것.
이 부서는 오래 전 부서를 떠난 담당자에게 답변을 떠넘기기까지 했다. 한마디로 민간박물관에 대한 무관심과 관리허술을 드러내고 있다.

관계자는 "2년 전 족보전문도서관측이 민원으로 공간부족과 운영비 지원 요청을 했고, 시립작은도서관 등록을 알선했지만 족보도서관측이 거절했다"고 밝혔다.
작은도서관의 경우 시설규모가 264평방미터 미만에 해당돼 장서보관이 협소했기 때문이다.
족보도서관의 당시 면적은 230평방미터로 작은도서관 범주이지만 실제 이 도서관의 비치 족보가 3만5000권에 달했다. 이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족보가 4만6000권임을 고려하면 엄청난 소장 분량이다.
즉 족보도서관이 아니라 최소 1000평방미터 이상의 박물관을 만들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앞서 2000년 10월 에디슨 박물관을 베니어판 축조 모델하우스에 유치했다.
당시 에디슨 박물관측은 부천시의 무관심으로 비까지 새는 건축물에 운영됐다.
2003년 강릉시가 참소리축음기 에디슨 박물관 부지 문제 해결과 자체 20억원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내세워 에디슨 박물관은 부천을 떠나 강릉으로 갔다.
공교롭게도 에디슨 박물관측과 족보전문도서관은 똑같이 20억원 '적은예산'으로 문화적 자산을 다른 자치단체에 빼앗긴 셈이다. 탁상행정이 빚은 결과다.

시민 김모(58)씨는 "족보는 씨족의 흐름을 기록한 뿌리문화이자 소중한 전통 문화자산"이라며 "문화도시 라는 부천시가 있는 전통문화 자산마저도 없애는 이상한 행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천=강훈천 기자 hck122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