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리한 기소에 잇단 무죄 선고, 반성을 모르는 공안검찰

2016.02.17 20:34 입력 2016.02.17 20:42 수정

박근혜 정부 출범 후 무리하게 기소한 공안사건들에 대해 잇따라 무죄 선고가 나고 있음에도 검찰 내 자성의 목소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공안검사들은 스스로를 체제 전복 세력으로부터 국가를 보호하는 보루로 생각할지 모르나 실은 헌법질서를 훼손하는 무리한 기소를 남발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공안검사들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정권안보를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와 혼동하는 데 있다.

어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4월 세월호 추모집회에서 태극기를 불태운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태극기를 태운 행위가 과잉진압에 항의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앞서 일명 ‘종북콘서트’를 개최한 혐의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된 황선씨의 콘서트 발언에 대해서도 지난 15일 무죄가 선고됐다. 황씨는 애당초 ‘북한은 지상낙원’ 등 종편이 보도한 발언들이 대부분 왜곡되거나 하지 않은 발언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직접 ‘종북 콘서트’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검찰의 무리한 구속기소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처음부터 법조계에서는 종편의 ‘종북몰이’와 정치검찰의 합작품이라는 비판과 함께 무죄를 예상했다. 검찰로서는 이래저래 뼈아픈 자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검찰은 오히려 사법부가 무책임한 판결을 내렸다고 주장하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지난 15일 전국공안부장 검사회의에서 “최근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국가 안보 상황이 매우 위중하다”며 “검찰은 헌법가치를 부정하고 자유민주체제를 위협하는 안보위해 세력에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총장이 생각하는 헌법가치와 자유민주체제가 뭘 의미하는지 모르나 공권력은 헌법상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정권의 안보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세월호 사태, 역사교과서 국정화, 각종 노동탄압, 막무가내식 개성공단 폐쇄에 대한 국민들의 자연스러운 분노와 비판의 표출을 공안몰이로 막을 수는 없다. 국민기본권 침해보다 대통령의 심기나 정권의 이해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국민이 준 권력을 정권 지키기에 동원하는 공안검사들이 있다면 공공안녕의 수호자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헌법가치와 자유민주주의를 뒤흔드는 ‘공공의 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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