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슬산 둘레길 108㎞ .2] 제1구간 화원역사탐방로(하) 본리임도∼함박산 전망대∼소계정(5.05㎞)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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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7-13   |  발행일 2016-07-13 제13면   |  수정 2016-07-13
함박산 초입엔 의장대 같은 솔숲…능선에선 독특한 바위들이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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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산 능선 함박바위 옆으로 탐방객이 지나고 있다. 함박바위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달리 보이는데, 병풍 같기도 하고 앞니 두 개가 가지런히 올라온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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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산 입구의 키 큰 소나무들이 탐방객을 반기고 있다. 하얀 나일론 띠를 두른 소나무 의장대의 도열이 끝나면 함박산 능선으로 향하는 오르막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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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미재에서 함박산으로 향하는 오르막길 중간 지점에는 기내미재 전망대가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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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슬산둘레길 제1구간 화원역사탐방로의 종점인 소계정. 소계정은 달성군 옥포면 기세리에 자리한 정자로, 대구시 문화재자료 제31호다.

비포장 임도는 자동차가 오갈 만큼 넓어
함박산 전망대 서니 대구 도심이 한눈에
납작한 돌로 쌓은 원뿔 모양 소원탑 특이
솔잎이 깔린 내리막길의 감촉 정말 좋아


도심과 가까운 곳에 걷기에 좋은 둘레길이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둘레길 곳곳에 깃든 소담스러운 풍경과 자연의 생명력은 지친 심신을 달래기에 충분하다. 대구시 달성군 비슬산 일원을 아우르는 비슬산둘레길도 마찬가지다. ‘비슬산둘레길 108㎞’ 2편에서는 1편에 이어 둘레길 제1구간 화원역사탐방로길의 나머지 여정을 소개한다. 1구간 후반부 5.05㎞를 통과하는 데 걸린 소요시간은 3시간20분이었다.

#1. 본리임도~기내미재(1.4㎞)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 본리리가 출발점인 비슬산둘레길 제1구간 화원역사탐방로길의 전반부(남평문씨본리세거지~인흥서원~본리임도, 2.95㎞)가 끝나면 둘레길은 본리임도로 접어든다.

둘레길 제1구간 후반부는 본리임도~기내미재~함박산전망대~소계정을 잇는 5.05㎞ 여정이다. 본리임도에 발을 내딛자마자 이전의 둘레길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그동안 아담한 산속 숲길을 걸었다면, 마치 고속도로에 들어선 느낌이다. 자동차가 오갈 만큼 넓은 임도 위로 탁 트인 하늘이 탐방객을 반갑게 맞이한다.

임도는 비포장이어서 걷기에 그만이다. 흙길이지만 파쇄석이 섞여있고 파인 곳 없이 잘 정비돼 있다. 길 양쪽으로는 소나무와 이름모를 들꽃이 무리지어 피어 있다. 오르막이 거의 없어 체력소모도 적은 편이다. 임도 곳곳에 마련된 벤치에서는 망중한을 즐기는 묘미도 있다.

임도를 따라 15분가량 걸으면 기내미재에 도착한다. 기내미재는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 본리리와 옥포면 반송리를 잇는 고개로, 이곳에는 작은 쉼터가 마련돼 있다. 고개에는 함박산으로 가는 육교가 세워져 있다. 육교 아래로는 2차로 도로가 지난다. 자동차 도로와 연결돼 있는 기내미재 쉼터는 고개를 오르내리는 운전자들의 휴식처로도 활용되고 있다. 기내미재 쉼터에서는 자전거족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산악자전거를 즐기기 위해 본리임도를 찾은 남녀 라이더들이 기내미재 쉼터에서 음료를 마시며 휴식하는 모습이 여유롭다.

기내미재에서 함박산전망대로 향하기 전 꼭 고려해야 할 점도 있다. 함박산전망대로 가는 초반 코스가 급경사 오르막이기 때문이다. 길이 가파르기 때문에 걷기 초보자에게는 무리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함박산전망대로 가지 않고, 기내미재~반송삼거리~소계정으로 이어지는 우회로를 선택하는 방법이 차선책이 될 수 있다. 우회로의 경우 자동차 도로여서 걷기에는 무리가 없지만 교통사고에 주의해야 한다.

#2. 기내미재~함박산전망대(1.1㎞)

기내미재에서 휴식을 취한 후 함박산전망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전망대가 있는 함박산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하얀 나일론 띠를 두른 키 큰 소나무들이 의장대처럼 탐방객을 반긴다. 띠는 길 안내를 위해 산악회에서 매어 놓은 표식이다. ‘소나무 의장대’의 환영 퍼레이드를 뒤로한 채 함박산을 오르면 곧 나무 계단을 만난다. 계단은 걷기에 편하지만 오르막길의 고단함은 어쩔 수 없다. 그동안 평지나 다름없는 둘레길을 걸었기에 이내 기진맥진해 진다.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고 묵직한 피로가 발끝에서 올라온다. 계단 주변에는 나무그늘도 거의 없어 지친 몸을 더욱 짓누른다. 다행히 기내미재에서 함박산 능선이 시작되는 첫 봉우리까지의 거리는 500m에 불과하다. 뜨거운 태양이 야속해질 즈음 어느덧 산 능선을 걷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능선에 오르기 전 산중턱의 기내미재 전망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기내미재 전망대 아래로 시원하게 뻗은 자동차전용도로가 한눈에 들어온다. 대구시 달서구와 달성군 테크노폴리스를 잇는 도로다.

함박산 능선에 오른 후부터 체력 부담은 확연히 줄어든다. 몸이 편해지니 그제서야 풍경도 다시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북쪽으로 난 둘레길의 좌우측 방향으로 대구도심과 비슬산 일원의 비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함박산 능선으로 이어진 둘레길을 걷다보면 각양각색의 바위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함박산 능선 둘레길을 15분가량 걸으면 만나는 함박바위가 가장 눈길을 끈다. 함박바위는 높이 2m, 너비 3m가량의 바위로, 능선 가운데에 박혀있는 형상이다. 바위 중앙부 갈라진 틈을 기준으로 여러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병풍 같기도 하고, 앞니 두 개가 가지런히 올라온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함박바위를 지나 5분가량 더 걸으면 독특한 모양을 한 또 다른 바위를 만난다. 바위 중간부분이 봉긋 솟아 마치 왕이 앉는 용상처럼 보인다. 이름 없는 작은 바위들도 자연과 어우러지며 하나의 완전체로 서있다.

함박산 능선에서는 미리 준비한 도시락으로 간단한 요기를 하면서 잠시 숨을 고른다. 쌀밥에 김치가 전부였지만, 시장했는지 게 눈 감추듯 밥그릇을 비웠다. 요기 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긴 뒤, 머문 자리를 정리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능선을 따라 한참 걸은 후 드디어 함박산전망대에 도착한다. 전망대는 대구시내 방향인 동쪽을 향해 조성돼 있다. 도심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저 멀리, 연무 낀 하늘 사이로 팔공산의 웅장한 실루엣이 어렴풋이 보인다. 대구도심의 허파인 앞산부터 달성군 일원으로 이어지는 산세는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전망대에는 평상과 의자가 있어 여유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3. 함박산전망대~소계정(2.55㎞)

함박산전망대를 지나자마자 돌멩이를 쌓아 소원을 비는 소원탑을 만날 수 있다. 자갈돌이 아닌 거친 모양의 납작한 돌들이 원뿔 모양으로 올려져 있어 특이하다. 소원탑을 뒤로한 채 조금만 더 걸으면 둘레길 제1구간의 최종목적지인 소계정으로 향하는 내리막길에 도착한다. 본격적인 내리막길로 접어들기 전, 이번에는 길게 굽이치는 낙동강이 눈에 들어온다. 낙동강을 따라 시선을 북쪽으로 옮기자 낙동강 강정고령보가 보인다. 보 오른편에는 강정고령보의 대표적인 시설물인 ‘디아크’가 콩알처럼 작은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다.

함박산을 내려가는 길, 예상치 못한 소리에 움찔한다. 소리가 나는 쪽을 유심히 살펴보니 새끼 노루 한 마리가 호기심 어린 눈길로 서있다. 사람의 시선을 피하지 않는 검은 눈동자가 유난히 맑다. 태어난 지 얼마 안된 녀석이었다. 근처에는 어미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어린 녀석이 겁에 질릴까 얼른 자리를 뜬다.

노루와 헤어진 뒤 한동안 가파른 내리막길을 걷는다. 무릎이 아파질 즈음, 다행히 나무계단이 나타난다. 나무계단 코스가 끝나자 솔숲길로 연결된다. 여전히 내리막길이지만 공기는 맑고 시원하다. 솔잎은 지층을 이룬 듯 펼쳐져 있다. 느릿느릿 그것의 감촉을 즐기며 발걸음을 옮긴다. 계속된 내리막길 탓인지 운동화를 신은 발끝이 조금씩 아파온다. 등산화나 트레킹화를 꼭 신어야 한다는 전문가의 조언을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함박산 내리막길을 다 내려오자, 소계정으로 향하는 기세리 마을길로 들어선다.

마을길을 따라 계속 걸으면 둘레길 1구간 마지막 코스인 소계정이다. 소계정은 대구시 달성군 옥포면 기세리에 자리한 정자로, 대구시 문화재자료 제31호다. 이 마을에서 학당을 열고 후학양성에 힘쓴 소계 석재준(1866∼1945) 문하의 제자들이 1923년 건립했다. 경사진 지형에 위치해 건물 아래로 높은 축대가 쌓여 있고, 건물 중앙부로 계단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글=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 참고문헌=대구의 뿌리 달성
▨ 동행취재=대구트레킹연맹 신태문·서태숙·성정열


☞ 둘레길 걷기 팁

비슬산둘레길은 상당 구간이 산지를 통과하기 때문에 등산에 준하는 준비가 필요하다. 신발은 운동화보다 트레킹화나 등산화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간식·음료도 준비해야 한다. 운동에 자신있는 사람이라도 영양·수분 보충 없이 3~4시간 걸리는 길을 걷는 일은 고역이다. 복장은 사시사철 긴팔·긴바지가 좋다. 벌레·풀독·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고, 체온 유지에도 적합하다.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가방에는 우의와 여벌 옷을 준비해야 한다. 둘레길에서는 웬만하면 스틱 사용을 피하는 것이 좋다. 체력이 부족한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하겠지만, 스틱 사용은 산과 길을 훼손시킬 가능성이 크다. 임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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