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와대와 軍, 그 정도 응징으로 北이 움찔하겠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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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필립 해먼드 영국 외교장관을 접견하면서 북한의 지뢰 도발에 대해 “강력한 대북 억지력을 바탕으로 한 압박도 지속해 나가는 한편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한 노력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국방부가 그제 북의 소행임을 밝혔을 때 침묵했던 박 대통령이 하루 늦게 이런 발언을 한 것은 북을 응징하되 남북관계 개선도 포기할 수 없는 고민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안보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남북대화 재개부터 이야기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당장은 북이 도발을 뼈저리게 후회하도록, 상응하는 응징을 하는 데 중점을 둬야 국민이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 그제 박 대통령이 북한의 표준시간대 변경을 “매우 유감”이라고 비판하는 데 그친 것을 보면 대통령이 사안의 심각성을 제대로 보고받고 있는 것인지, 의도적으로 문제를 외면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어제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이 “북한은 사죄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것”을 촉구한 것도 타이밍을 놓쳤고, 메시지 자체도 미흡했다. 세월호, 메르스 사태에 이어 이번 사건까지 큰일이 터질 때마다 국민이 기대하는 대통령의 메시지가 즉각 나오지 않는 것은 문제다.

박 대통령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남북관계 복원에 미련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안보 문제에서 단호한 원칙을 지키지 못하면 북과의 대화, 화해 협력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얻기 어렵다. 모처럼 야당도 강력한 대북 응징을 주문하고 있지 않은가. 이번 사건은 김정은 정권이 박근혜 정부를 상대로 처음 감행한 도발이다. 박 대통령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남북관계가 달라진다. 당하고도 대화의 손길을 바로 내밀면 김정은이 이 정부를 비웃을 것이 뻔하다.

국방부가 대북 심리전을 재개하며 최전방의 대북 확성기 11곳 중 단 2곳만 가동한 것도 북의 눈치 보기라는 인상이 짙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적극적으로 DMZ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작전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실천에 옮겨야 의미가 있다. 지뢰 폭발 당시 수색현장에 있었던 군인들조차 “아군이 느낀 고통의 수만 배를 갚아주고 싶은 마음밖에 없다”고 울분을 토하는 상황이다. 남북 간 군사적 긴장 고조가 결코 반가울 순 없지만 그것까지 두려워한다면 북의 군사도발로부터 대한민국의 자유와 번영을 결코 지킬 수 없다. 박 대통령이 결기를 보여야 한다.
#박근혜#북한#지뢰 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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