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성기업 조합원 자살, 회사와 검찰이 책임져야

2016.03.17 20:51 입력 2016.03.17 20:58 수정

창조컨설팅이 개입한 노조파괴 논란으로 극심한 노사갈등을 빚고 있는 금속노조 유성기업 영동지회 조합원 한모씨가 어제 숨진 채 발견됐다. 한씨는 2011년 유성기업에서 노사분규가 발생할 당시 대의원으로 활동했으며, 최근까지 조합원들에 대한 각종 징계와 해고, 손해배상 청구 등을 지켜보면서 극심한 심적 고통에 시달려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씨는 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 고위험 우울증 의심 판정을 받아 요주의가 필요한 상태였으나 사측은 아랑곳하지 않고 문자로 징계 절차 개시를 통보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볼 때 한씨의 죽음은 단지 개인적 일로 치부하기 어렵다. 특히 지난해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43%가 심각한 고위험 우울증에 노출돼 있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됐음에도 아무런 배려 없이 징계절차를 강행해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고 간 사측은 무한책임을 느껴야 한다.

유성기업에서는 2012년에도 노조파괴 과정에서 노동자 자살 사건이 발생했다.

검찰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검찰은 2012년 국회에서 창조컨설팅의 조언을 받은 사측이 직장폐쇄와 용역투입 등을 통해 노조를 파괴한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2년간이나 수사결과 발표를 미루다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검찰이 사건 초기에 신속하게 수사해 부당노동행위를 단호하게 처벌했다면 안타까운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사측의 노조파괴 문건이 발견됐는데도 조합원 징계를 남발하고, 대법원의 부당해고 판정까지 받은 조합원들을 다시 해고할 수 있었던 것도 검찰의 소극적 수사 태도와 무관치 않다고 할 수 있다. 검찰은 원청인 현대자동차 임원진이 노조파괴를 지시했음을 입증할 e메일을 확보하고도 불기소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한씨의 죽음에는 ‘더 이상 법이 우리 편이 아니다’라는 깊은 무력감이 깔려 있다. 실제로 검찰이 최근 5년간 부당노동행위로 구속 기소한 경우는 단 1건도 없다. 검찰은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적절한 형벌권이 행사되고 있는지 냉철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노동자들은 끝까지 연대를 통한 희망을 놓지 말기 바란다. 극단적 선택은 문제 해결 방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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